이-팔 갈등 일촉즉발…동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 반발 확산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촌 건설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 추진
이에 반발하는 시위 격화…300명 넘는 부상자 발생
대법원, 당국 요청에 주민 퇴거 여부 결정하는 재판 전격 연기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섬광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격화되며 30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시위의 기폭제였던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퇴거 재판과 관련해 대법원이 재판을 전격 연기했다.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대법원은 당국의 요청에 따라 동예루살렘 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인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주민 퇴거 여부를 결정할 재판을 연기했다.

셰이크 자라 지역은 지난 1967년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 중 한 곳으로서 현재 이스라엘인보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훨씬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는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퇴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해당 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추진 중이며 주택 건설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 지역에 정착한 유대인 주민들은 주택 건설에 앞서 부동산 획득을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과 법정 분쟁을 오랜 기간 벌여왔다. 유대인 주민들은 재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퇴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재판에서는 법원이 이스라엘 측의 손을 들어주며 해당 지역에서의 팔레스타인 주민 퇴거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샀고 주민들은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현재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이 진행되고 있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단 예배에 나서고 있지만, 이스라엘 당국이 주민들의 예배 장소인 다마스쿠스 게이트 광장을 폐쇄하면서 반발 시위가 격화됐고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방화를 저지르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이에 경찰은 섬광탄과 물대포를 발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현재까지 약 300여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 이스라엘 국방부 전직 관계자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의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 퇴거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 7일 "전쟁 범죄와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으며 8일에는 미 국무부가 "매우 우려된다"며 "이스라엘 당국은 주민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는 비판 성명을 내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날 대법원 재판 연기가 결정되면서 이스라엘 정부와 팔레스타인 주민 간 갈등 사태 속에서 당국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동예루살렘 지역에 대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은 우리의 수도로서 우리가 무엇이든 건설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의 예루살렘 개발 노력을 방해하는 외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