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제부터 여자로 살게요'…이스라엘 최고 축구 심판 커밍아웃

"남성으로서 성공한 삶, 늘 외로웠다"
이스라엘 최초 트랜스젠더 축구 심판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 이스라엘 축구 심판 사피르 베르만(2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남자다운 풍채로 여자친구도 사귀며 인기를 끌던 이스라엘의 유명 축구 심판이 돌연 여성으로 성전환을 발표해 화제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프로축구리그 심판 사피르 베르만(26)은 전날 텔아비브 라마트간 경기장에서 기자회견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커밍아웃하면서 이름도 사기(Sagi) 베르만에서 사피르(Sapir) 베르만으로 개명했다고 전했다.

베르만은 "나는 남성으로서 인정받는 삶을 살았다. 축구심판협회와 학교, 연애 등에서 모두 성공적이었다. 가족에게는 아들이자 형제였지만 늘 외로웠다. 난 여자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내 자신을 여자로 여겨왔다"면서 "다른 여성들을 부러워하면서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26년간 계속 참고 살아왔다"면서도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고 결국 커밍아웃하기로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팬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지만, 베르만은 커밍아웃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피르 베르만의 과거 모습. 사진=사피르 베르만 인스타그램 캡처.

사피르 베르만의 과거 모습. 사진=사피르 베르만 인스타그램 캡처.

이스라엘축구협회(IFA)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사피르 베르만은 최초의 트랜스젠더 심판"이라면서 "그가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베르만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심판 중 하나다.

지난 6개월간 성전환을 위해 호르몬 치료를 받은 그는 대기심으로 밀려났지만, 내달 2일 하포엘 하이파와 베이타르 예루살렘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주심으로서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

이스라엘은 성소수자에게 포용적인 나라로, 동성애자나 성전환자도 군 복무를 할 수 있으며 의회 선거에 출마가 가능하다. 다만 성소수자 인권단체 '예루살렘 오픈 하우스'의 에란 글로버스는 "이스라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트렌스젠더가 공직자로 선출된 적은 아직 없다"라고 지적했다.

여성으로 성전환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 이스라엘 축구 심판 사피르 베르만(2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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