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배달 다 되는 은행 앱…생활 플랫폼으로 변신 중

금융 서비스 위주로 편성됐던 앱에 생활 서비스 기능을 대폭 확대

하나은행 앱 하나원큐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탁세제를 구입하려던 직장인 김슬기(33)씨는 스마트폰에서 쇼핑 플랫폼이 아닌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했다. 쇼핑 플랫폼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물건을 구입한 후 이사계획을 세우기 위해 앱 안에 머물며 주변 부동산 시세를 조회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계좌 잔액조회, 이체, 금융상품 가입 등 금융 서비스 위주로 편성됐던 자행 앱에 생활 서비스 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금융업무와의 시너지창출 효과를 노린 것으로 소비자들의 은행 앱 활용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하나원큐’ 앱에 보험진단·부동산시세조회·여행·쇼핑·건강 등의 서비스를 챙겨볼 수 있는 ‘라이프’ 항목으로 따로 운영 중이다. 조회·이체, 상품가입, 상품관리, 외환, 카드 등 은행업무와는 별도다. 은행 앱을 열고 중고차 거래를 할 수도 있고 전국 300여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예약을 신청할 수도 있다.

신한은행도 ‘쏠’ 앱 안에 ‘라이프’ 항목을 별도로 두고 있다. 소비자들의 할인 결제 트렌드를 반영한 ‘제로페이’ 뿐 아니라 부동산, 의료비, 여행, 야구 등의 서비스를 탑재했다. 은행 앱에서 매물로 나온 주택과 경매, 분양·청약 정보를 습득할 수 있고 내집마련에 자금이 부족할 경우 최적의 금리를 제공하는 연계상품 추천까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오는 7~8월 선보일 예정인 음식 배달 앱도 은행 앱을 통해서도 접근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생활서비스 연계한 은행 시너지 효과 노려

우리은행의 우리원뱅킹 앱 역시 금융에 생활밀착형 편의서비스를 추가해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 지난 1월22일부터 제공한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의 경우 출시 석달도 안돼 신청 건수가 7300건을 넘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단서 등 종이서류 없이도 우리원뱅킹을 통해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아예 생활금융 플랫폼 ‘리브’를 별도로 운영 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고객들이 은행 앱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머물 수 있게 하고 더 자주 접속할 수 있게 해야 은행의 금융서비스 활용도 더 높아진다는 은행의 전략이 반영됐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앱을 더 이상 금융 플랫폼으로 한정시키려 하지 않고 있다"며 "보험,투자,공과금납부 등 생활금융 뿐 아니라 쇼핑, 배달, 건강관리, 오락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려고 경쟁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 앱을 통한 생활 서비스 확대는 은행권의 비금융업무 수행력을 확대해 부가 수익을 얻거나 금융업무와 시너지 창출도 낼 수 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부진과 장기 저금리로 고전하던 일본 지방은행들의 경우도 생활서비스 매칭, 지역특산물 유통, 건물임대, 인력소개 등 다양한 비금융사업에 진출해 비이자수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은행 등의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 등 업무영역 확대 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은 일본은행의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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