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다] 시골 장날에서 만나는 반가운 맛, 뻥튀기

오랜만에 동네 오일장이 열렸다. 겨울에 가까운 초봄이라 파릇파릇한 채소들보다는 마른 채소와 바닷가 채소들인 해초류들이 더 많이 보인다. 물론 녹색 채소 중에는 봄동과 섬초 시금치가 한참 제철이고 벌써 급한 달래와 냉이도 나와 봄맞이를 하고 있다.

장날이면 고소한 향과 요란한 소리에 끌려 찾아가서 한동안 서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뻥튀기 아저씨의 트럭이다. 시골 장날도 여러 가지들이 변화되고 있지만 뻥튀기를 하는 곳에는 옛날의 정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말린 옥수수, 쌀, 말린 떡국을 뻥튀기한 것이 겨울철 간식이었다. 먹고 또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손과 입만 바빴지만 건강한 간식이었다. 오랜만에 장날이 열려서인지 각종 곡물들이 이름표를 받고 길게 길게 줄을 서 있다.

뻥튀기는 곡류를 압력이 걸려 있는 용기에 넣고 밀폐시켜 가열하면 용기 속에 압력이 올라 뚜껑을 갑자기 열었을 때 압력이 급히 떨어져서 곡류가 부풀어 오르게 하는 원리이다.

옛날과 달리 가스통을 연결해 불을 지피고 뻥튀기 기계에 들어간 곡물들이 볶아지면 우리 동네 장날에서는 ‘뻥이요’라는 외침 대신 호루라기를 힘차게 부신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진짜 뻥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자욱하게 내 뿜고 고소한 향이 장터에 퍼진다. 일정한 시간마다 들려오는 뻥튀기 트럭의 큰소리는 장날의 활력을 더해준다.

쌀, 콩, 옥수수 등을 뻥튀기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맘때쯤이면 말린 무, 말린 감자, 말린 뚱딴지를 비롯한 궁금증 유발하는 뿌리채소들로 보이는 것도 많다. 곡물은 튀겨서 옛날처럼 그대로 먹지만 말린 채소들은 튀겨져도 부풀어 오르지는 않으나 구수한 맛과 향이 생겨 차로 끓여 먹는다.

쌀, 콩, 각종 말린 채소들이 내뿜는 각각의 구수한 향을 마음껏 느끼며 한참 서서 구경하다 옆에 미리 튀겨져 봉지에 담겨있는 옥수수 뻥튀기를 한 봉지 사서 집으로 온다.

손과 입이 바쁜 간식시간이 돌아온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 사진=네츄르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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