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북한남성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16일 새벽시간대 동해안 해류 (자료제공=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군은 동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이 밝힌 그의 월남 행적을 살펴보면 이 같은 설명에 많은 의구심이 생긴다.

18일 군에 따르면 16일 강원도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발견된 남성은 15일 야간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6시간을 헤엄쳐 한국 동해 해변가에 도착했다. 당시 속초해수욕장 해양관측부위에 기록된 바닷물 온도는 6.27℃였다. 일반인들이 3~4시간 이상 수영하게 되면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는 수온이다. 특히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16일 새벽 해류는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 남성이 입고 왔다는 머구리 잠수복은 보통 어민들이 해산물 채취 때 입는 옷이다. 민간인이 전문 잠수복도 아닌 머구리 잠수복으로 6시간 동안 낮은 수온을 견디며 해류를 거슬러 수영을 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인 셈이다.

남성은 해변에 도착한 후 5Km 떨어진 제진검문소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제진검문소 CCTV에 찍힌 시간은 오전 4시20분경이다. 3시간가량 우리 지역을 활보하고 다니던 그는 잠시 수면을 취하다가 군에 발견됐는데 당시 탈북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즉 도보로 이동한 3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못해 탈북의사를 밝힐 수 없었다는 설명이 된다.

하지만 관할부대인 22사단은 설 연휴 직후인 15~19일까지 고성군 일대에서 훈련 중이었다. 이 기간 7번 국도와 지방도 등을 통해 전차 등 군 장비와 차량, 병력이 대규모로 이동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번 국도를 따라 걸어오던 남성이 3시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남성의 나이가 20대라는 점도 의구심을 더한다. 북한군 복무 기간은 보통 10년이며, 특수부대는 13년에 이른다. 북한의 20대 남성이 민간인일 확률은 매우 떨어진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남성의 나이를 특정하지 않았으나 20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반박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군 관계자는 "남하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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