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탄소세보다 예측·목표관리 쉬운 배출권거래제 먼저

올해 1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따뜻했다고 한다. 올여름 장마는 54일의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기후 위기의 징조를 볼 때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시급하다. 2050년 탄소중립이 국정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대표적 간접 규제 수단은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다. 탄소세는 탄소 발생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고, 배출권거래제는 탄소배출권을 국가가 배분하고 이를 시장에서 거래토록 하는 것이다.

탄소세는 강력한 탄소 억제 수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적어도 t당 8만원 수준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소세는 오염 유발자가 환경 피해를 부담하는 오염유발자 지불 원칙에 부합한다. 시행도 용이하고 집행 비용도 적다. 기업 입장에서는 탄소배출에 따른 비용 부담을 예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세금 부담을 지더라도 탄소를 배출하겠다고 하면 감축 목표 달성이 불확실하다. 탄소세는 가격 정책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연료비가 하락해 탄소세로 인한 원가 상승이 상쇄되면 시장 변화 요인이 없고 배출 감축을 유도하기 어렵다.

탄소세율은 환경오염의 사회적 피해를 보상하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기후변화의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다. 또 세금이므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즉각 에너지 가격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는 개별소비세를 적용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 등 연료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설치한다고도 한다. 이런 세금이나 기금은 사실상 탄소세와 같은 역할을 한다.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이중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거래제는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시장 거래를 통해 감축을 이뤄내는 수단이다. 탄소 배출을 줄여 배출권에 여유가 생긴 기업은 그만큼을 시장에 팔고 탄소 배출이 필요한 기업은 이를 사는 것이다. 배출권이 비싸지면 배출 감소 노력을 유도하고, 배출권이 싸지면 경제 부담이 작아져 탄소 저감 비용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배출 목표 설정을 통해 탄소 감축 목표와 적정한 배출권 가격을 유도할 수도 있다. 탄소세는 기업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탄소 배출을 감수하고 사업 이익을 얻든지, 배출하지 않고 배출권을 팔아 이익을 얻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는 탄소 배출 감소를 잘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비용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효과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탄소 감축량을 탄소세보다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어 목표 관리도 쉽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를 공통으로 적용하고 각국 상황에 따라 탄소세를 도입했다. 독일 등은 배출권거래제만 실시하고 프랑스 등은 탄소세를 병행한다. 탄소세만 시행하는 국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가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 호주는 배출권거래제만 실시한다.

세계적인 경향을 볼 때 배출권거래제를 우선하고 중장기적으로 탄소세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