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본궤도, 전자 직접챙기고 계열사 자율경영 전망

이재용식 자율경영 본격화 할듯
장기적으로 보면 스웨덴 발렌베리家처럼 소유와 경영 분리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자녀들과 이건희 삼성 회장 빈소가 마련된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이재용의 '뉴 삼성'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분간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는 직접 경영하고, 다른 계열사들은 각각의 최고경영자(CEO)의 자율에 맡기는 현재의 경영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과 같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서구식 경영체제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가 쓰러진 2014년부터 삼성을 자율경영체제로 이끌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현안은 직접 결정하지만 세부경영은 계열사 CEO가 각각 이끄는 형태다.

특히 삼성은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뒤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을 공식 해체하며 권한을 계열사로 분산했다. 미전실 해체 이후 삼성은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율경영 형태로 운영된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되 나머지 계열사는 각각의 사장단이 회사를 이끄는 자율경영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깃발이 바람헤 휘날리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장기적으로 소유와 경영 분리한 서구식 경영체제 도입 전망

장기적으로 보면 이 부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6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향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회견장에서 "그동안 저와 삼성은 승계 문제와 관련해 많은 질책을 받아왔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 회장, 이 부회장으로 3대에 걸쳐 이어진 승계식 경영을 끝내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뉴 삼성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에게 계열사 경영을 일임하고, 본인은 한 발 물러나 핵심 인재 영입과 배치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대물림 경영을 끊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을 해왔다"며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저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2018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한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긴 것에도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향후 경영 방식의 변화를 꾀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 사례가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이다. 에릭슨, 스카니아 등을 소유한 발렌베리 가문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회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발렌베리는 전문경영인들에게 각 자회사의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일임하고, 지주회사 인베스터를 통해 자회사들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한다.

26일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취재진들이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을 취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오너경영 장점 많아… 당장 소유와 경영 분리 불필요

다만 오너경영의 장점도 많은 만큼 삼성이 당장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오너경영의 최대 장점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의 창업주인 이 회장과 2대 이 회장이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등 전자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낸 데는 오너경영인으로서의 뚝심 있는 추진력이 크게 공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전자 사업 초기에는 한국 같은 후진국에서 첨단산업이 가능하겠냐는 비판과 우려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버는 돈 없이 투자금도 많이 나갔다.

그러나 삼성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진행했고 현재의 수준으로 도약했다. 삼성이 현재 시스템반도체와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바이오시밀러 등 우리의 미래 먹거리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강력한 오너십이 바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경영은 빠른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며 "삼성이 오너경영 체계하에서 회사를 키워온 만큼 리스크를 감수하고 급하게 경영체계를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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