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켜주지 못한 죽음' '라면 화재' 비극 8세 동생, 끝내 숨져

지난 20일부터 건강 급격히 악화
구토 호흡곤란 등 증세 호소
중환자실서 치료했지만 끝내 눈 감아
정치권서 추모 이어져
"아동보호 사각지대 비극적 결과"

인천 미추홀구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미추홀구 빌라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를 일으켰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모친이 집을 비운 사이 끼니를 해결하려고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21일 숨을 거뒀다. 이들 형제는 병원에 이송된 후 지난 추석연휴 동안 의식을 찾는 등 상태가 호전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동생은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하면서 끝내 사망했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동생 A(8) 군은 이날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오후 3시45분께 숨을 거뒀다.

A 군은 앞서 지난 2일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당시 A 군은 짧은 단어로 말을 하거나, 모친 얼굴을 알아보는 등 의식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오후부터 호흡곤란, 구토 등 증세를 호소하는 등 갑자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A 군을 일반 병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시도했다.

21일 오전 내내 의료진은 A 군의 기관에 삽관을 시도하고, 2시간여에 걸쳐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A 군은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다만 형 B(10) 군은 최근 휴대전화로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지난달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 2층 집에서 이들 형제가 라면을 끓이던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 형제는 불이 나자 119에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소방당국은 당시 휴대폰 위치를 추적, 불이 난 장소를 파악하고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불은 형제의 집 10평(33㎡) 내부를 모두 태운 뒤 이날 오전 11시29분께 진화됐다.

화재로 인해 형 B 군은 신체 4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A 군은 1도 화상에 그쳤으나 유독한 공기를 흡입해 자가 호흡이 힘든 상태였다. 두 사람 모두 서울 한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치료를 받았다.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자녀로, 평소 학교에서 급식을 통해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학교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급식을 먹을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라면을 끓여 식사를 해결하려다 이같은 변을 당했다. 화재 당시 형제의 어머니 C 씨는 집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C 씨가 이들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 8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달 16일 밝힌 바 있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지난달 17일 오전 물청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편 A 군의 장례식은 21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소재 적십자병원에서 치러졌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A 군을 향한 추모가 이어졌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사건 한 달여 만에 동생이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며 "이번 사고는 돌봄 공백과 아동보호 사각지대의 비극적 결과다. 민주당은 아동의 희생이 더 이상 없도록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지켜주지 못한 죽음을 국민 모두 함께 애도한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아픔 없이 행복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하늘에서는 배곯는 일 없이 편히 영면하길 기원한다"며 "학대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