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꾼 잡으려다 해외직구 '이중규제' 옥죄나

관세청장 국감서 '불법 리셀러' 단속 위해
구매한도 설정 고려 발언
중개업체들, 개인통관고유번호로
개별 추적 충분
한도 설정시 자유 침해 과도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노석환 관세청장이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해외 직구(직접구매)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업계 파장이 일고 있다. 일부 불법 리셀러(전문 되팔이꾼)를 잡기 위해 1인당 연간 직구 구매 한도를 정해 놓겠다는 것이 노 청장의 답변이었는데 이중규제는 물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업계 지적이 나오면서다.

21일 관세청 관계자는 "관세청장의 발언은 국감 현장에서 나온 발언으로 실제 개인별 연간 누적 해외직구 거래액 한도를 정하겠다는 방침은 정해진 바 없다"며 "다만 불법 탈세자들을 잡기 위한 여러 방도를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직구 후 재판매, 중고 판매 등으로 공공연히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관세청 시각인 만큼 향후 해외 직구에 대한 적극적인 규제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관세청은 세관 업무 효율화 등의 목적으로 해외 직구 등 특송물품에 목록통관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자가 사용 목적으로 주문 건당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 해외 직구 물품 구매 시 서류만으로 통과가 가능하게 간소화시킨 방안이다. 구매자는 수입신고를 생략할 수 있어 세금을 면제받는다. 최근 이를 악용해 탈세 범죄를 저지르는 일부 리셀러들이 일탈 정황이 포착됐다. 세관 여력 상 중고거래 등 추적이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

관세청은 우선 해외 직구를 하는 개인들에게 개인통관고유번호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오는 12월부터 강력 추진한다. 작년 6월 '특송물품 수입통관사무처리에 관한 고시' 개정 시행을 통해 해외 직구 등 특송 물품 관련 개인통관고유번호 기재 방안을 의무 조치했으나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았다. 관세청은 업계 반발로 누락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체 온라인 해외 직구 건 중 개인통관고유번호를 기재한 경우는 약 80% 수준이다. 관세청은 이를 내년 100%까지 제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 청장의 국감 발언처럼 1인당 연간 해외 직구 한도를 정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해외 직구 1인당 연간 누적 거래액을 살펴 관세청이 '적정' 수준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들에 대한 면세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노석환 관세청장은 "적극 추진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해외 직구 중개업체들은 개인통관고유번호 의무 기재를 강제하는 동시에 전체 면세 금액 한도까지 정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100% 개인통관고유번호 의무 기입도 구매자 개별 인식이 가능해져 리셀러 등을 가려낼 수 있는데 괜한 규제만 강화해 소비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적정 수준의 면세 금액 한도까지 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상대 교역국 눈에 자칫 자국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해외 직구액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상대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관세청 측은 기우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관세청장의 발언이 쉽게 무시되긴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제도로도 탈세범들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는데 규제 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해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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