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애리기자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네이버가 CJ그룹과 깜짝 빅딜을 진행하면서 '콘텐츠 왕국'을 향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YG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올초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확보한데 이어 이번에 CJ그룹과 지분 교환 방식의 협력을 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네이버의 지위가 확고한 만큼 최근의 연이은 협력을 통한 동영상 콘텐츠 확보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CJ대한통운 등 CJ 계열 3사와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추진한다. CJ ENM은 '삼시세끼'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스튜디오드래곤은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한류 드라마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측은 "CJ그룹과 다각도의 협력으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며 "주식 맞교환 규모나 시기는 좀더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4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주문 24시간 내 배송을 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그것이 인연이 된 양사의 협력이 이번에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으로까지 확대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콘텐츠를 염두에 둔 승부수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네이버가 CJ에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며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시대에 동영상 콘텐츠가 절실한 네이버로서는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협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간 협력은 당장 동남아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네이버는 '브이라이브' 등 일본ㆍ동남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동영상 플랫폼을 갖고 있으며, CJ 입장에서는 자사 콘텐츠를 네이버를 통해 일본ㆍ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에 보급할 수 있다. 네이버의 웹툰, 웹소설 등 IP를 CJ가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그림도 예상된다. 네이버 웹툰은 글로벌 월간 순이용자가 6700만명에 달하고 미국ㆍ일본ㆍ프랑스ㆍ태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CJ의 제휴를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 확대가 무궁무진해졌다"라며 "네이버의 콘텐츠가 영상으로 확장되고, 또 동영상 플랫폼은 CJ의 콘텐츠를 활용해 글로벌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게 된 셈"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CJ와의 동맹 이전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을 다져왔다. 무엇보다도 네이버는 '디지털 콘서트' 등 동영상콘텐츠 사업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판단하고 있다. SM 등 엔터테인먼트사가 톱스타 콘텐츠를 제공하고 네이버는 송출, 결제시스템을 비롯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7년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계열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8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해 '비욘드 라이브' 등 디지털 콘서트 사업 강화에 나섰다. 디지털 콘서트는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가수들의 콘서트를 생중계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광고로 수익을 얻는 유튜브와 달리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서 "콘서트 유료화를 시도하면 수익 모델이 발생하고, 플랫폼도 더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비욘드라이브의 수익도 2시간 만에 24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영상 콘텐츠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가 네이버의 고민인데 CJ가 정답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