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담보대출 빗장 걸지만 일부선 고객유치용 '금리경쟁'

빚투 늘며 신용공여 한도 한계
담보대출 중단하기도 했지만
주식거래용 신용거래대출 유지
이자율 인하 마케팅까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개인들의 '빚투(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현상)'가 크게 늘면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도 한계에 달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 신규 대출을 중단하면서 한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도 한편으로는 신용공여 이자율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삼성증권과 KB증권이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이보다 앞서서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위해 한동안 예탁증권 담보대출을 멈췄다. 증권사마다 한도는 다르지만 급증하는 개인들의 빚투로 증권사별 신용공여 한도가 꽉 찼기 때문이다. 다만 대부분 예탁증권대출만 막았을 뿐 신용거래대출은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빌린 돈으로 반드시 주식을 매수하는 조건이 붙지만 예탁증권 담보대출은 주식매수용도 외로도 빌릴 수가 있다. 신용공여 한도가 꽉찬 것도 문제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증권사측 설명과는 달리 여전히 주식 투자를 위한 대출은 열려있는 셈이다. 신용거래대출은 높은 대출이자는 이자대로 내야 하고,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반대매매라는 이중고까지 떠안게 되는 구조다. 개인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신용거래대출 먼저 제재하는 것이 맞지만 주식 외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대출 출구만 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신용공여 이자율을 인하해 고객을 유치하려는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한 증권사는 비대면계좌를 개설하는 신규 및 휴면고객에게 신용대출 이자율을 할인해주고 있다. 증권사들의 평균 신용융자, 주식담보 대출이자율은 연 6~7%에 달하는데 이를 3.99%로 낮춰준다는 설명이다. 조건에 따라 최대 1%포인트 추가 금리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신용 및 대출시 상품권도 준다는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다.

증권사들이 신용 공여 한도를 관리한다면서도 신용융자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단연 수익 때문이다. 개인들의 빚으로 증권사들이 이자수익 잔치를 벌인다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전체 56곳의 증권사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3879억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분기 3789억7600만원에서 2.12% 증가한 수치다. 올 2분기 수익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은 이자수익이 1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해마다 증가세다. 2013년 6840억원에서 2015년에는 1조164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에는 1조6180억원에 달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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