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반발' 자진 사퇴한 검찰총장에 '이해불가' 비판했던 文대통령…지금은?

지난해 7월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장 수여식을 마치고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진=청와대)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나는 그의 처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잘 이해가 안 된다."

2005년 10월 법무부 장관에 의한 헌정사상 첫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자 스스로 옷을 벗었던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회고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운명'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검찰청법에 입각한 원칙적 행위로 봤다. 과거에 전화 등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대한 직간접적 간섭이 만연했던 것과 달리 공식 절차인 수사지휘권을 발동함으로써 오히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반증될 기회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총장이 사표를 던지자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은 자기 소신과 달라도 법무부 장관 지시에 의해 처리하는 게 절차"라며 "김 총장의 반발로 인해 바람직하지 못한 과거의 관행으로 되돌아 가버렸다"고 꼬집었다. 수사지휘권에 반발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데 대한 '반대'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마련된 중요한 제도가 검찰총장 임기제"라며 "임기를 지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장이 그런 일로 임기를 포기한 것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역대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자진사퇴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심지어 검찰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호중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직을 위해 결단하라"며 대놓고 사퇴를 요구했다. 반대로 미래통합당은 추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와 탄핵소추를 주장하고 나섰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정치권으로 비화되면서 충돌하는 모양새다.

눈길은 청와대로 쏠린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상황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다. 지난달 22일 추 장관과 윤 총장이 모두 참석한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는 언급이 마지막이었는데, 이 역시 양 진영에서 각자의 논리로 해석되면서 갈등 수위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최근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 주변에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본인의 발언이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부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