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천산갑 잡종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불렀다'

美듀크대 연구팀 발표
"박쥐로부터 발현, 중간 숙주 천산갑 거치며 인체 감염 능력 갖춰"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발현한 뒤 중간 숙주인 천산갑을 거쳐 사람을 감염시키는 기능을 갖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의 펑가오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까운 것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이지만 인체 침투 능력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와 중요한 유전자 조각을 교환하면서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팀에서 천산갑이 박쥐와 사람 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킨 잠재적 중간 숙주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적은 있으나 국제학술지에 인용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으로 박쥐에서 발현된 바이러스가 꼽혔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전파되기보다는 다른 야생동물 등 중간 숙주를 거쳤을 확률이 높다고 추측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의 김용관 연구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코로나19 등을 유발한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표면에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있고, 사람 세포에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붙을 수 있는 '리셉터'가 있다"며 "이 돌기 중 감염 가능성이 높은 주요 부위끼리 달라붙어야 인체 발병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듀크대 연구팀은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지만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결합 부위도 형태가 매우 달라 인간 세포를 효율적으로 감염시킬 수 없다"며 "박쥐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에서 잡종이 만들어지면서 인체 감염 능력을 갖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앞서 사스 유행 때도 박쥐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로 옮겨진 뒤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파악했고, 메르스도 박쥐로부터 발현한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사람으로 전염되는 등 중간 숙주가 전파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듀크대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천산갑을 통해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인간에게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멸종위기 종인 천산갑은 자양강장에 좋다는 속설이 퍼져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밀매가 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사는 "야생 상태의 천산갑이 박쥐로부터 발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간에게 이를 전파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박쥐와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와 인간에게서 검출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상동성이 99% 이상 일치해야만 이 연구 결과가 신빙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동성은 같은 종이나 다른 종의 개체 사이에 존재하는 유전자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일컫는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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