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정의연 사태, 위안부 운동의 본질 보존하는 계기되길'

"운동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사회적 논의할 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오전 미래통합당 유의동·오신환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1대 총선을 말하다!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사태와 관련해 "이번 사태가 진정한 영웅인 할머니들이 해오신 운동의 본질을 구제하여 더 순수하게 보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것이 이미 작고하신 할머니들, 그리고 이제는 몇 분 안 남으신 할머니들의 뜻일 거라 믿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발터 베냐민이 '구제비평'(rettende Kritik)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비판은 상대를 절멸시키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오류 속에서도 구제해서 보존해야 할 게 있다는 뜻일 것"이라며 "정의연에 대한 비판 역시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연 30년의 활동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도 구제해야 할 그것을 버리는 길이고, 정의연 30년 활동을 모두 부정하는 것 역시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본다"며 "이용수 할머니도 여러 차례 이쯤에서 위안부 운동을 접으라는 얘기가 아니라는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하신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는 "당리당략에서 자기 게임을 하지 말고, 겸허하게 먼저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사실 할머니가 우리에게 아주 어려운 과제를 던져주신 거다. 이제까지 해 온 운동을 되돌아보며, 이 운동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사회적 논의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계 문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이 점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진 전 교수는 또 다른 글을 올리고 "이용수 할머니가 던지는 메시지를 수용하는 데에 철저히 실패했다"며 윤 당선인을 두둔한 여성단체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윤미향 편들고 나선 여성단체들은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아마 상황이 적당히 수습되고, 시간이 흘러 다들 이 사건을 잊어버릴 때가 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거라고 믿을 거다. 거기서 사라지는 것은 할머니의 목소리. 또다시 묻혀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툭하면 '30년 운동'이 어쩌고 하는데 그 30년은 할머니들의 역사이지, 자기들이 가로챌 역사가 아니다"라며 "사 그 30년이 온전히 자기들 거라 해도, 그 활동가들의 30년 노력이 할머니들의 80년 고통보다 무거울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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