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광고·무상수리비·특허권' 계약서 시정 집중점검'

"조성욱 위원장 ICT 동의의결 적극활용 메시지" 낙관론과
해외 ICT기업 제재사례 다수…"방심 못한다" 신중론 존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주 애플코리아의 국내 이동통신 3사 광고비·무상수리비 '갑질' 혐의 관련 동의의결 개시절차 여부를 심의한다. 애플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과 맺은 광고·무상수리비·특허권 등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수정해오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의의결 제도는 기업이 제안한 자진시정안을 공정위가 받아들이면 과징금 부과, 형사 고발 등까지 가기 전에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관련 판단을 13일 전원회의 안건으로 올려 심의를 시작한다. 공정위는 애플이 통신사와 광고기금을 함께 조성한 뒤 애플 제품과 브랜드 광고만 내보낸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애플이 자사 제품 전용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운영하면서 운영비 일부를 통신사에 떠넘겼다고 본다.

앞서 애플은 지난해 7월 공정위의 조사·심의를 받다가 스스로 시정안을 마련하겠다며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심의에서 애플이 제시한 거래관행 시정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동의의결 개시 결정을 보류했다. 시정안에 담긴 거래조건 개선안과 상생지원방안 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은 여러 차례 공정위에 수정안을 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애플이 낼 광고·무상수리비·특허권 등에 관한 수정 계약서를 유심히 보겠다고 밝혔다. 광고·무상수리비 등을 떠넘기고 특허권을 무상으로 가져갔는 이유와 개선방안을 과거보다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거래관행과 상생지원방안 등이 미흡할 경우 동의의결을 얼마든지 기각할 수 있다.

공정위가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쪽은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동의의결 제도의 활용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조 위원장 발언 후 가장 최근 사례인 지난 6일 남양유업의 동의의결을 공정위가 받아들인 만큼 애플도 소명만 잘하면 유연한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본다.

조 위원장이 동의의결을 활용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해외 경쟁당국이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에 대해 동의의결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ICT 시장의 변화가 워낙 빨라 경쟁당국이 명확히 규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AP연합뉴스

애플이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공정위가 최근까지도 넷플릭스 등 해외 ICT 기업에 꾸준히 제재를 걸어온 전례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넷플릭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약관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지난 1월 공정위는 세계 최초로 넷플릭스에 약관을 시정하도록 했고, 넷플릭스는 조치 이후 한국에서 서비스 이용 요금을 변경할 때 반드시 회원 동의를 받기로 했다.

지난달엔 아마존 자회사인 트위치TV에 대해 소비자에 통지하지 않고 계약을 끊어버리거나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체 규정을 바꾸도록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간 망 사용료 논란에 대해서도 공정위는 "소송 진행 과정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제재 촉구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애플의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여 동의의결 절차를 밟으면 개시 결정 후 30일 안에 잠정동의안을 만들어 조 위원장에 보고한 뒤 이를 결정한다. 이후 통신3사 등 이해관계인, 관계행정기관, 검찰총장 등의 의견을 30일 이상~60일 이하의 기간 동안 수렴한 뒤 최종동의의결안을 상정해 이를 확정한다.

동의의결이 기각되면 공정위가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조치를 하면 다른 나라 경쟁당국들도 애플이 자국 통신사에 '갑질'을 하고도 시정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애플의 광고·영업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9인의 전원회의 위원 등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애플의 자전시정안 승인 여부를) 며느리도, 시어머니도, 귀신도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경제부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