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요 3000만배럴 줄어…감산해도 공급 과잉

멕시코 반대에 최종 합의 미뤄…미국, 캐나다 등 감산 요구 커질 듯
G20에서 추가 수급 안정화 방안 논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유가 전쟁'이 멕시코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멕시코가 하루 40만배럴 감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산유국 연대체인 OPEC+가 멕시코를 설득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대폭의 감산 규모가 나오지 않는 한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 원유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잠정 합의로 알려진 하루 1000만배럴 감산만으로는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단기적으로 하루 평균 원유 소비량이 30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수급 상황이 소름 끼칠 정도"라면서 "2분기 들어 수요 감소 폭이 하루 평균 1200만배럴에 가까운 데다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감산 속도가 경기 하강에 따른 수급 하락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멕시코마저 감산 합의에 어깃장을 놓고 있어 추가 설득 작업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어렵사리 OPEC+ 합의가 이뤄져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OPEC+는 자체적으로 1000만배럴 감산 계획을 제시하면서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역시 하루 원유 생산량을 500만배럴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일종의 돌파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캐나다, 브라질 등이 시장 안정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각국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략 비축유 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원유 수급 대책은 OPEC+ 합의가 아닌 G20 회의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신들은 G20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이 전략비축유를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차원에서 하루 1500만배럴 규모의 감산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관건은 미국 등 비OPEC 회원국의 동참 여부다. 미국은 글로벌 차원의 감산 논의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정부 차원의 감산 협상에 나설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저유가로 미국 원유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이른바 시장을 통한 수급 균형 조절론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등을 하면서 원유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한 점 등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를 마친 뒤 "좋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유가가 바닥을 치고 아마도 상승세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시장 중심의 감산을 주장하지만 실질적인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원유의 주요 생산지인 텍사스주의 경우 감산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14일 철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미 일부 원유 생산업체가 원유 감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철도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글로벌 상품전략 책임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대규모 감산 합의가 이뤄지겠지만 감산 기간이나 이행 계획, 강제 수단과 같은 구체적인 부분은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테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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