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입니다."

육군 2군단에서 근무하는 김해은 심리상담관(46세ㆍ사진)은 지난 3월 한달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김씨는 지난 2월 육군으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구에 파견 갈 상담인력 지원서를 받았다. 김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지원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멤도는 가족들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과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는 말할 자신이 없었다. 남편 조호순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도 만류했다. 설득 끝에 지원서를 써냈고 짐을 챙겼다. 가족들도 그때서야 이해를 해줬다.

육군에서 최종적으로 편성된 13명의 상담관들과 지난달 2일 대구로 향했다. 대구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근무지는 당초 대구시청이었지만 카톨릭병원으로 급작스럽게 변경됐다. 당일 짐을 풀었지만 다음날에는 다시 짐을 싸고 시청으로 들어갔다. 모든 환경이 하루하루 급작스럽게 변했다. 상담장소도 협소했다. 15평 남짓한 공간에 상담사 13명이 근무했다. 환풍이 되지 않아 한달내내 두통약을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전화로 걸려오는 도움의 목소리를 들으면 두통은 신경쓸 여지가 없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격리된 한 20대 여성은 시간이 갈수록 무기력을 호소했다. 대인기피증까지 엿보였다. 순간 자살까지 이어질 수있다는 아찔한 예감이 들었다. 여성을 수차례 설득해 정신건강센터로 보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여성은 "건강을 되찾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동안의 고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2주간 약속했던 지원기간은 2주간 더 연장됐고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족들은 김씨를 부둥켜 안아줬다.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파티도 준비해줬다. 다음날 집앞 문을 여니 "그동안 고생했다"며 지인이 음식을 문앞에 놓고 갔다.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모든 힘든 시기이지만 지난 한달간을 생각하면 가족과 친구들의 사랑,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며 "앞으로도 능력이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려울때 지금처럼 또 한번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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