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국익-정치' 복합변수 고려한 호르무즈 파병

청와대 정치리스크 제어하며 이란 정부 양해에 공 들여…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 홍역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해부대 작전지역 확대라는 우회로를 통해 '호르무즈 파병'의 해법을 찾은 것은 외교와 국익, 정치의 복합 변수를 고려한 선택이다.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인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한국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미국은 물론 이란과의 외교 관계도 고려한 결과이다. 국방부와 외교부가 이번 결정의 배경과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한 것과 달리 청와대가 공식·비공식 브리핑을 하지 않은 것은 '정치 리스크'를 제어하려는 포석이다.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가 스피커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부담감을 키우는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의 해법을 논의했다. NSC는 지난 16일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우리 선박의 안전한 자유항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9일 NSC 상임위 이후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했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메시지이다. NSC 논의 흐름을 고려할 때 파병 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형식과 내용을 놓고 고심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란 쪽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쪽에 이번 선택이 적대적 관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얘기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란에 설명하는 절차를 갖췄고, 이란 측에서도 '그래, 그래라' 하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한 것은 참여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을 놓고 내홍에 휩싸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003년 10월 당시 임종석 민주당 의원은 이라크 전투병 파병 반대를 주장하며 13일의 단식 농성에 나서는 등 여당 쪽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참여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진보·개혁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등을 돌리게 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이란 공격 반대, 호르무즈해협 한국군 파병 추진 중단 긴급 기자회견이 9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라크 파병 상황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이 다른 것은 정치권 쪽의 반발 강도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이다. 야당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을 제외하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라크 파병 때와는 반발 강도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청와대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중동 정세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화약고' 정세 변화에 따라 정치 리스크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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