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엔 女선장이 더 이상 기삿거리 되지 않는 사회되길'

현대상선, 국적선사 첫 여성선장에 전경옥씨 임명
"여전히 바다는 여성에게 좁은 문…성별 탓 기회박탈·차별 관행 깨지길"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여전히 여성에게 바다는 좁은 문이죠. 하지만 이번 여성 선장 탄생을 계기로 성별 때문에 기회 자체를 박탈하거나 차별하는 관행이 깨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 해운업계에서 30년 '금녀(禁女)'의 벽이 깨졌다. 현대상선이 국적선사 최초로 여성인 전경옥(38)씨를 선장으로 임명하면서다. 그 자신조차 10여년 전엔 여성 선장을 상상하지 못했다는 전씨는 "10여년 후엔 여성 선장이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양성평등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6일 승선 경력 11년차인 전씨를 선장으로 임명했다. 2005년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를 졸업한 후 현대상선에 3등 항해사로 입사한 전 선장은 11년간 짧은 벌크선 근무(1년) 외엔 줄곧 컨테이너선만 탑승해 온 베테랑이다.

국적선사에 여성 선장이 탄생한 것은 지난 1991년 한국해양대학교가 여성 입학을 허용한 이래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2년전 싱가포르 선사에서 한국 국적 여성 항해사를 견습선장에 임명한 적은 있으나, 국적선사에서는 최초다.

전 선장은 "10여년 전에 저 자신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여성 캡틴(Captain)이 탄생했다는 사실, 그 출발이 현대상선이고, 굳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대단한 영광이며 조직에도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 번 항해에 나서면 최소 수 주, 수 개월을 망망대해에서 머물 수 밖에 해운업의 특성 상 그간 여성들의 상위직 진출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전 선장 역시 "여성이 해양대 금녀의 벽을 뚫고 입학한 지 거의 30년이 다 돼가는 시점이라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 선장은 중동항로인 'KME(Korea Middle East Express)' 노선에 투입된 8600TEU(6m 컨테이너 1개를 일컫는 단위)급 컨테이너선 현대커리지호에 승선 중이다. 전 선장은 앞으론 선장으로서 모든 승무원을 지휘ㆍ통솔하고 안전 운항과 선적화물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역을 맡게 된다.

국적선사 첫 여성 선장이란 영예를 안은 전 선장은 여성 후배들을 위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전 선장은 "10년 후엔 더 많은 여성 후배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를, 또 그들이 선장이 된다 해도 더 이상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저 또한 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들어 국적선사엔 작지만 강한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현대상선은 앞서 지난 12일엔 국적선사 최초로 기관장에 여성인 고해연(34)씨를 임명하기도 했다. 현재 현대상선엔 총 8명의 여성 해기사가 재직 중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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