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무덤된 자영업…창업 후 3년도 못 버티고 폐업(종합)

폐업 자영업자 58% 3년 이내 문 닫아
부채 상환 여력도 뚝 떨어져…빚을 빚으로 돌려 막는 형국

대외 환경 불안감과 기름값 인상 등 악재가 겹치면서 자영업자들의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점포에서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을 걸고 마지막날 영업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서울 중구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장문수(66ㆍ가명)씨는 올해 연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장사를 접을 예정이다. 임대료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오른 데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손님이 뚝 끊기며 매출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여파로 회식 손님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장 씨의 폐업을 부추긴 요인이다. 장 씨는 "지난 몇 달간 빚을 빚으로 막으면서 간신히 연명해왔다"면서 "당장 무슨 일을 할지 막막하지만 영업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문을 닫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자영업이 은퇴자들의 무덤이 됐다. 폐업 자영업자 가운데 3명 중 2명은 창업 이후 3년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경쟁과 경기 침체로 인한 매출 부진에 따른 결과다.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환 여력도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과 관련한 금융권의 꼼꼼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예금보험공사가 국세청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폐업 자영업자 중 사업 존속 기간이 3년 미만인 비중은 2015년 53.3%에서 2017년 58.4%로 증가했다.

폐업 자영업자 3명 중 2명 꼴로 창업 후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셈이다.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되면서 소비 위축, 자영업자 영업환경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은행 대출을 통해 연명하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갈수록 증가 추세다. 국내 16개 은행의 올해 6월말 개인사업자대출은 총 327조원으로 2018년말(316조원) 대비 3.6% 늘었다. 이는 총 대출 증가율(2.5%)을 1%포인트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부채 상환 여력이 떨어지면서 영세업자가 몰려 있는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업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4곳의 도ㆍ소매업 연체율은 2018년말 0.32%에서 올해 3분기말 0.36%로 올랐다. 숙박ㆍ음식업 연체율은 같은 기간 0.25%에서 0.29%로 상승했다. 시중 금리가 낮아졌는데도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우량한 차주조차 대출금 상환이 버거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업은 낮은 진입 장벽으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몰리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서울 명동 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역은 타격이 더 컸다.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거점 은행의 경우 조선ㆍ자동차ㆍ기계업종 회복이 늦어지면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자영업자대출 포함 기업대출 연체율은 2018년말 0.54%에서 올해 6월말 0.83%로 뛰었다.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도 0.52%에서 0.67%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광주ㆍ대구ㆍ전북은행 연체율은 내렸다.

은행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턱걸이 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내년 대출 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음식ㆍ숙박업종 자영업자대출 중심으로 만기 연장이 안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금융은 경기에 후행하는 만큼 내년에도 무리한 대출 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예보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 상황 및 자영업자 폐업률 등 영업여건 변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 추이 등을 지속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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