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재점화 조짐…고민 깊어지는 항공업계

日 수요위축 이어 홍콩도 안갯속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홍콩의 정정 불안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주요 국적항공사들이 운휴(運休)ㆍ감편ㆍ기재로 대응에 나선 단계지만, 상황에 따라선 추가 공급 축소가 필요할 수 있어서다.

5일 주요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홍콩 범죄인 송환법 반대시위를 주도해 온 홍콩민간전선은 오는 8일 세계 인권 선언을 기념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지난달 구의회 선거에서 민주파가 압승한 이후 약 2주간 소강상태가 이어졌지만,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시위대 내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며 다시 격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적항공사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미 대한항공은 수요에 따라 B747-8i(368석) 등 대형기 대신 B777-300ER(291석), B787-9(269석) 중형기를 탄력적으로 투입하고, 진에어ㆍ티웨이항공은 각각 인천ㆍ대구발 홍콩 노선의 운휴를 결정하는 등 업계 전반이 공급 조절에 나섰지만, 수요 위축이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인 관광객 감소폭은 지난 3월 송환법 시위 개시 이후 매월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9월 홍콩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4만684명으로 전년 대비 59.4%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ㆍ이스타항공 등 종전대로 공급량을 유지하고 있는 항공사들의 고민은 더 깊다. 공급을 줄이면 수급이 개선과 함께 운임도 안정화돼야 하지만, 지금은 수요 위축세가 빨라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국적항공사 한 관계자는 "탑승률 자체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편이지만, 평균 판매단가가 절반 가까이 추락한 상태"라면서 "(운임을) 덜 받고 (항공기를) 더 채워서 운항하고 있는 상황이라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국적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나이티드항공(미국), 아에로플로트(러시아), 중화항공(대만), 싱가포르항공(싱가포르), 남아프리카항공(남아공) 등도 일부 홍콩 노선에서 감편 및 운휴를 단행한 상태다. 홍콩이 동아시아와 유럽ㆍ오세아니아를 잇는 주요 허브란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적사의 환승 수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적항공사들은 한ㆍ일 갈등에 따른 일본여행 불매운동, 홍콩 정정 불안으로 단거리 수급이 악화되면서 동계 성수기 동남아시아ㆍ대만 등에 공급을 적극 확대 중이다. 최근 들어선 항공기 가동률, 계절적 여행 수요 등을 고려해 일본 큐슈(九州) 등지에서 시범적으로 운항을 재개하는 국적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홍콩 등 단거리 노선의 악재가 쉽게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지금으로선 경쟁이 격화돼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리스크가 적은 동남아ㆍ대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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