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실명 다면평가'…더 꼼꼼해졌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또 하나의 혁신'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익명으로 하던 직원 간 다면평가(Feedback in Work)를 올해부터 실명으로 전환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의 ‘또 한 번의 혁신’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26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2012년 도입된 다면평가는 상호평가를 통해 직원 본인의 업무 성과와 회사에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관리자급 직원들의 성과관리, 경력개발, 리더십 향상의 참고자료로 활용돼 왔다. 도입 초기엔 상위 관리자를 대상으로만 평가했는데 점차 일반 관리자, 모든 직원으로 확대했다.

원래는 익명(무기명)으로 평가가 진행됐고, 연말 평가 직전에 부하직원, 동료직원, 업무 파트너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올해부터 다면평가는 실명(기명)으로 바뀌었다. 모든 직원들이 실명으로 참여하고 본인의 희망에 따라 연중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확대ㆍ개선됐다.

씨티은행 고위 관계자는 “실명으로 바꾸면 평가를 소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신랄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평가하니 더 객관적이고 꼼꼼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같은 부서 상사ㆍ부하직원뿐 아니라 올해 업무를 함께 한 친한 직원끼리도 평가를 해도 되는데 평가가 매우 객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경영진들도 놀라고 있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러한 직원 간 다면평가는 해외에선 일반적인 것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들도 직원 상호평가를 성과 측정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씨티은행처럼 직원들이 실명으로 평가를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 해외의 우수한 시스템을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해야 직성이 풀리는 박 행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앞서 박 행장은 내년부터 행장실을 없애기로 결정해 ‘오피스 혁신’을 보여준 바 있다. 최근 서울 중구에 있는 사옥을 매각한 씨티은행은 내년 4월 서울 종로구 새 사옥으로 본점을 옮긴다. 새 사옥에는 지정 좌석을 없애고 직원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하는 ‘스마트오피스’가 도입되는데 박 행장도 임원층에서 임원들과 함께 근무할 예정이다. 행장실을 없애는 건 주요 은행 중 씨티은행이 처음이다.

2017년 단행한 지점 통폐합은 금융권에서 박 행장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계기가 됐다. 노동조합이 통폐합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박 행장 등 경영진의 계속된 설득으로 133개였던 점포를 현재 44개로 축소했다. 점포를 줄이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 최대 80여명이 근무하는 자산관리(WM) 센터를 2개에서 5개로 늘리면서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변신했다.

씨티은행은 올해 3분기에만 당기순이익 900억원을 올리는 등 누적 순이익 25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4.2% 급증했다. 금융투자ㆍ보험상품 판매 수수료, 외환파생 관련 이익ㆍ신탁보수 증가 등 비이자이익(698억원) 부문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증가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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