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격화에 '韓中 학생 갈등' 번진 대학가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문과학관 1층 '레넌 벽' 앞에서 한 학생이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와 포스트잇 등을 읽고 있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학 캠퍼스에도 홍콩 시위에 대한 연대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대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간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 인문과학관 1층에서는 중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사이 대치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생들이 건물 벽면에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는 '레논벽'을 설치했는데 중국인 유학생 여러 명이 찾아와 '내정 간섭'이라며 레논벽 철거를 요구하고 항의한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항의에 그치지 않고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 주변에 '하나의 중국, 분할은 용납하지 않는다', '홍콩 독립 절대 반대' 등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레논벽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표현하는 공간이다. 1980년대 체코 반정부시위 당시 청년들이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논의 반전과 평화를 담은 가사 등을 벽에 낙서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고려대학교에서 훼손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갈등 사례는 더 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은 홍콩 사태에 대해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탄압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은 하나이며 홍콩시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국내에 거주하는 일부 중국인이나 중국 유학생들이 물리적으로 가로막으려는 것이다. 경찰까지 수사에 나섰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모임은 지난달 말부터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두 차례 홍콩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무단철거됐다. 지난 12일에는 현수막 설치 4시간만에 중국어를 쓰는 학생들에 의해 현수막을 훼손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단체는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경찰은 제출받은 동영상 등을 토대로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나섰다.

국내 대학 캠퍼스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훼손하려는 일부 중국인들의 시도는 한국 학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오히려 홍콩 시위 지지 목소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대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 소속 전명환씨는 "중국인 학생들이 대자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홍콩 시위에 대한 반론이 있다면 토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그는 "우려스러운 분위기지만 '중국인을 내쫓아야 한다' 등의 인종차별ㆍ혐오 여론이 조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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