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관심 없어…회사는 커리어 발판에 불과' '개인 경험·성장' 중요한 2030

2030 41.7% "직급 승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직장인 45.5% "고속 승진 고민하거나 거절"
고속승진, 퇴직 앞당겨지고 직책 부담·책임감 싫어

밀레니얼 세대 상당수는 승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10년 차 과장 A(35) 씨는 승급 시험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A 씨는 "시험을 보면 웬만해서는 승진이 된다. 문제는 굳이 진급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지금처럼 적당히 일하고, 가정에 충실히 하며 내 취미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서 "진급할수록 오히려 직장에 종속되고 스트레스받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직장보다 직업을 중요하게 여기고, 진급 전후로 감당할 부담보다 자기만족과 워라밸(직장과 삶의 밸런스)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생)가 등장했다. 이렇다 보니 승진에 대한 욕구나 목표도 희미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관리 플랫폼 하이밥의 로니제하비 대표는 미국 경영전문지 '패스트 컴퍼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많은 직장인들은 '커리어 트랙이 아닌 업무 경험'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그들은 미래에 자신의 우상처럼 되기 위한 경험을 쌓는다. 경험을 위해 30대 직장인들이 과감하게 인턴으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승진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0월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2030 직장인 724명을 대상으로 '최종 승진목표'에 대해 묻자 41.7%가 '딱히 직급 승진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 중 44.6%가 '진급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혀, 30대의 35.2%보다 9.4%p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승진 가능 직급을 묻자 남성은 '부장급'(29.3%), '과장급'(25.4%), '차장급'(20.4%) 순으로 응답했다. 여성은 '대리급'(43.4%), '과장급'(32.9%), '부장급'(9.2%), '차장급'(6.9%) 순이라고 답했다.

목표한 직급까지 승진 불가능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직장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 없어서'(남녀 각각 32%, 35.3%, 복수응답), '승진에 욕심이 없어서'(28.2%, 35.3%) 등으로 응답해 직장에 대한 큰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채용정보 서비스 커리어도 지난달 7일 직장인 387명에게 조사를 통해 고속승진 의사를 물었다. 그 결과 직장인 중 절반 가량은 고속 승진에 대해 고민하거나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승진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고민한다'는 답변은 24.6%, '거절한다' 20.9%로 총 45.5%에 달했으며, '승낙한다'는 응답자는 54.5%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고속승진을 거절한다고 답한 이들에게 이유를 묻자 '승진이 빠른 만큼 퇴직도 빨라질까 봐(43.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직책의 부담과 책임감이 너무 커서(25.1%)', '직장 선배·동료와 관계 불편해질까 봐(16.9%)', '다음 승진 부담 클 것 같아서(7.7%)' 등의 이유라고 답했다.

직장인 중 절반 가량은 고속 승진에 대해 고민하거나 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직장인 B(33) 씨는 "진급에 따르는 연봉 상승이나 처우보다 더 큰 책임이 부담스럽다. 임원이 아닌 이상 엇비슷한 월급쟁이 인생인데, 크게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은 내 경력을 쌓도록 돕는 발판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C(29) 씨는 "빨리 승급하면 좋은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봤는데 도저히 모르겠다"며 "주중과 주말 동안 독서 모임과 중국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처럼 소소하게 사는 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높은 위치에 오르면 이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오히려 빨리 쫓겨날 뿐 아니느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전문가는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에 대해 승진에 목매기보다 내가 이 직장을 통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다양한 업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있는지를 더욱 고민한다고 분석했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열린 '2020 소비 전망 발표회'를 통해 "'스펙'은 남들보다 잘 해야 하고 타인 지향적인 반면, '업그레이드'는 타인보다 어제의 내가 더 중요하다"면서 "젊은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승진보다 성장"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문화 강한 국내에 조직문화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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