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특혜 문제 두고, 정부-농업계 갈등 폭발

정부 "개도국 특혜 더이상 주장 않기로 했다"…농민단체 "강경 대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정부가 향후 농업협상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이 누리던 특혜를 더이상 주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향후 정부와 농민단체 간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래 WTO 농업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우리 농업에 아무 영향도 없다고 설명했지만 농민단체는 '포기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미래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개도국 특혜 주장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국익을 우선한다는 대원칙하에 경제적 위상, 싱가포르ㆍ브라질 등 주변국들의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닌 미래 협상 시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확히한다"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화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현시점에서 개도국 지위 특혜를 주장하더라도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혜택을 인정해줄 가능성이 거의 없고 결정이 늦어질수록 대외적 명분과 협상력을 잃어버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컸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농업계에 당장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농업계는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보조금 감축, 관세 인하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입장 발표가 있었던 전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WTO 개도국지위 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단체 대표 등 30여명은 정부에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한국 농업을 미국 손아귀에 넣도록 돕겠다는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박행덕 전농 의장은 "정부가 농민의 절절한 마음을 100분의 1이라도 알았다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세우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단체들은 외교부 청사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농민단체들이 개도국 특혜를 유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시위도 불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와의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미래 WTO 등 농업협상에서 쌀 등 민간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고, 미래 협상 결과 국내농업에 영향이 있으면 반드시 피해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익형 직불제 도입ㆍ청년 후계농 적극 육성 등을 위한 내년도 농업예산 16조원 편성 등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추진도 약속했다.

이와 별개로 농업계는 농업 예산을 전체예산의 4~5% 수준으로 증액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이미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한 상태여서 농업계 요구를 반영하려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을 증액할 수 밖에 없어 정부가 아닌 국회에 결정권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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