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19 국감]'공기업 적자내놓고…' 기관장은 수천만원 '성과급 잔치'

추경호 의원실, 36개 공기업 '경영평가 성과급' 전수조사
한전·석유공사 사장, 1조 손실에도 각각 4000만원·2600만원 성과급
수익성 악화됐는데도 경영평가 등급 높은 탓
"수익성 관리 뒷전, 마구잡이식 일자리 채용 우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공기업 사장들이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성과급을 두둑히 챙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적자를 낸 사장들도 90% 가량이 적게는 2000만원대, 많게는 6000만원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가져갔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6개 공기업의 기관장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31개 기관장이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남봉현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1억1583만여원,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1억1275만여원,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1억2789만여원으로 성과급(재직기간에 따라 분할지급)이 1억원을 넘었다.

적자를 낸 공기업 사장도 예외없이 성과급을 챙겨갔다. 지난해 35개 공기업(새만금개발공사는 신설기관으로 경영평가 제외) 중 12곳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10곳의 기관장은 성과급을 가져갔다.

대표적인 곳이 한국전력공사다. 한전은 지난해 1조1745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김종갑 사장은 올해 성과급으로 4095만여원을 받았다. 비슷하게 1조15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한국석유공사의 양수영 사장도 2614만여원의 성과급을 챙겨갔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광물자원공사 역시 지난해 6861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전임 사장은 2400여만원의 성과급을 타갔다.

이밖에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0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도 정재훈 사장은 3535만여원을 챙겼고,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에도 황창화 사장은 840만여원(3개월 재직분)의 성과급을 가져갔다. 1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지만 성과급은 꼬박꼬박 챙겨간 셈이다.

이들이 대대적인 적자를 내고도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경영평가 등급 때문이다. 대규모 적자에도 경영평가 등급을 잘 받아서다. 대표적인 곳이 한전이다. 한전은 지난해 1조원대 경영적자에도 경영평가는 B(양호) 등급을 받았다. 1조원대 성과급을 챙겨간 인천항만공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9억원 줄었음에도 A등급을 받았다.

반대로 한전KPS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5억원 늘었음에도 D(미흡) 등급을 받았다. 물론 한전KPS 역시 D등급에도 성과급을 챙겨갔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와 공공기관 평가위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처럼 괴리가 나타나는 것은 정부가 수익성 지표보단 '사회적 가치'에 높은 배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평가부터 '사회적 가치' 배점 비중은 종전 보다 50% 이상(19점→30점)으로 대폭 확대한 반면 수익성지표 비중은 50%(10점→5점)으로 확 낮췄다. 부채 감축이나 이익을 더 내기 위한 노력보다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한 공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은 구조가 된 셈이다.

물론 안전,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이를 성과와 연결짓는 것은 기관장이 수익성 관리는 뒷전으로 한 채 마구잡이식 일자리 채용에만 나서도록 정부가 사실상 독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2000%를 넘는데도 매년 2~4명을 뽑아온 신규채용 규모를 54명까지 확대했다.

공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중 인건비로 나가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인건비/부가가치액×100)도 부쩍 늘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2015년 22%에서 지난해 29.5%까지 올랐다. 반면 공기업 부채는 2017년 364조원에서 지난해 371조원으로, 당기순이익은 4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급감했다. 누적된 손실은 정부 부담, 결국엔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추 의원은 "지금의 평가방식으론 공공기관이 수익성에 대한 고려없이 성과급을 받기 위해 일자리만 만들어내려 할 수 있다"며 "경영효율화 유인이 없어지면 자칫 조직만 방만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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