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의 힘, 33년 만에 '화성연쇄살인사건' 해결 실마리

DNA 분석기법 발달
유력 용의자 이춘재 특정
향후 미제사건 실체적 진실 규명 기대

1987년 1월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 5차 사건 현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을 줄 알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된 데에는 DNA 분석 기술 발전과 경찰의 끈질긴 추적이 있었다.

화성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특정하는 단계부터 과학수사는 빛을 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15일 화성사건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분석을 의뢰했다. 사건이 처음 발생했던 1986년과 비교했을 때 과학수사기법이 크게 진보했고, DNA 검출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한 만큼 새롭게 DNA가 검출될 수 있을지 확인하는 차원이었다.

그런데 국과수 감정 결과 3건의 현장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가 경찰에 회신됐다. 각각 5차·7차·9차사건의 증거물이었다.

결정적인 단서인 DNA 검출에 경찰은 크게 고무됐다. 비록 화성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 4월2일로 모두 만료돼 수사를 통해 실체를 파악하더라도 처벌을 묻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컸다. 여기에는 과거 수사 당시 연인원 200만명을 동원하고도 범인을 잡지 못한 경찰의 속죄와 회한도 담겨 있다. 지난달 19일 첫 공식 브리핑에서 반기수 경기남부청 수사본부장은 "형사소송법 대원칙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며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무기수가 아니었다면 더더욱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씨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었다. 2010년 시행된 현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따라 수형자나 구속 수감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이씨의 DNA가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될 수 있었고, 이를 대조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특정됐다.

그간 경찰의 교도소 접견조사에서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던 이씨가 범행을 털어놓게 된 데에도 증거물에서 자신의 DNA가 검출된 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과거 미제 사건들의 실체적 진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국내에서도 쪽지문·DNA 검출 등을 통해 과거 미제사건을 규명한 사례가 있다.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이 그간 해결한 살인·강도·강간 등 중요 미제 강력사건은 총 52건에 달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주요 미제사건에 대한 사건기록·증거물 관리와 수사 사항 분석, DNA·지문 등 주기적 감정을 통해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중요 강력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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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er>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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