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위장약 발암물질 기준, 우리만 높다? 사실은..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 인체발암 추정물질로 국내 유통 중단
업계 일각 "과도한 기준 설정, 제약사 부담" 주장
당국 "고혈압약 사태때도 선제대응..국제가이드라인 따른 것"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조현의 기자] "미국ㆍ유럽에선 (당국 차원의) 회수나 판매금지 움직임이 없다. 우리나라 규제가 타이트한 편이다. 우리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

"지난해 고혈압약 사태 때처럼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따른 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기준을 정했다. 미국ㆍ유럽에서 아직 구체적인 수치를 공표하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

위장약의 주 원료로 쓰는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 우려물질이 검출돼 해당 완제품을 전면 판매중지한 보건당국의 조치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유해성이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데다, 해외 다른 규제당국에서도 논의를 진행중인 상태에서 자칫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번에 검출된 발암물질의 생성과정이 불분명한데다 비슷한 조건을 가정한다면 여타 규제당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주장이다. 사실관계를 짚어봤다.

◆"美·유럽, 기준없다" 사실은.. = 이번에 문제가 된 성분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라니티딘이라는 원료를 써서 위장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시험과정에서 일부는 아예 NDMA가 검출되지 않는 등 편차가 컸지만 생성과정 자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선제적으로 제조ㆍ수입ㆍ판매를 중지시켰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에 라니티딘 의약품의 NDMA 관리기준을 0.16ppm으로 잠정적으로 정했다. '잠정'이라는 건 이 성분이 제조ㆍ보관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생성되는 물질이고 아직 국제적으로 기준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기구(EMA)는 라니티딘 NDMA에 대한 기준을 수치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발암 추정물질로 보는 건 FDA나 EMA 모두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라니티딘 계열 위장약이 문제가 된 것도 FDA가 먼저 미량 검출된 사실을 인지해 위험성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행정조치는 없지만 개별 국가나 회사 차원의 회수는 이미 시행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해 고혈압약 NDMA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성분과 관련한 시험은 우리 기관이 세계적으로 많이 한 편"이라며 "앞서 고혈압약 사태 때도 우리가 먼저 NDMA 잠정기준을 정했고 이후 다른 기관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기준을 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진열된 '잔탁' 등 '라니티딘' 성분 제산제 모습[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불순물도 사전검증..부담 늘듯 =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가 정한 기준은 0.32ppm으로 우리보다 두배 높은 수준이다. 이 역시 기준을 느슨히 한 게 아니라 하루 최대치 복용량을 우리보다 절반 정도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NDMA에 대한 잠정관리기준은 같은 조건의 환자가 하루에 섭취 가능한 허용량을 70년간 복용했을 때 자연발생적인 발암가능성에 더해 10만분의 1 확률로 암이 더 발생할 수 있는 NDMA 섭취허용량을 뜻한다. 우리는 섭취허용량을 하루 600㎎, 일본은 300㎎으로 정해 관리기준치를 산정했다.

NDMA 자체가 현재로선 제조나 보관과정에서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같은 화학적 변화를 제약업계 처지에서는 미리 걸러내기 쉽지 않은 만큼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바뀐 의약품 품목허가ㆍ신고ㆍ심사규정이 바뀌면서 내년 9월부터는 기준규격에 없어도 제약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생성가능성이 있는 유해물질에 대해 안전관리 점검을 실시하고 검증받은 의약품만 허가받을 수 있어서다. 예상치 못한 유해물질이 발견될 경우 제약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는 얘기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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