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20만 vs 120만…무슨 차이 있길래

서울시 동물병원 진료비 2~6배 차이
소비자 86.8% "동물병원 진료비 비싸다"
병원 위치 등 자릿세가 진료비 차이 큰 영향
진료비 차이에 의료진 실력, 종합가격 여부, 24시, 사후 처치 등도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A(45) 씨는 반려견 항문낭 파열 수술로 병원을 찾았다. 번화가에 있는 종합병원 규모에서 받은 견적은 검사비와 입원비 포함 총 120만원 대였다.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동네에서 1인 수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들러 수술비를 문의하니 검진 추가 총 30만원 대면 충분하다는 말을 들었다. 같은 진료 항목을 두고 4배 가까이 차이나는 견적에 A 씨는 의아했다.

1999년 동물병원 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표준 가격체계가 사라졌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담합을 막고자 동물병원 수가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수가제 폐지 이후 동물병원 임의로 진료비를 조정할 수 있게 되자 병원마다 다른 진료비 등에 소비자 혼란과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동물병원 비용 차이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17년 서울시 내 25개 구별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한 결과 동일 항목 진료에 따른 비용 편차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까지 차이 났다.

가격 책정이 병원 임의로 이루어지다 보니 소비자 불만과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2017~2018년 사이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진료비 관련 주요 피해 내용을 살펴보면 '진료비 과다청구' 38.5%, '과잉진료' 23.8, '진료비 사전 미고지 및 미동의 진료' 22.5% 등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 소비자원이 반려동물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려동물 관련 지출비용에 대한 인식 조사'를 살펴보면 설문자 중 86.6%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또, 동물병원 1회 방문당 평균 진료비용은 11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에 따르면 동물병원 진료비 차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병원의 위치이다./사진=아시아경제

한 반려묘 보호자 B(28) 씨는 "고양이 건강이 안 좋아서 동네 작은 개인 병원에 자주 데리고 다니고 있다"면서 "한 번 갈 때마다 5만원 내외로 지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큰 동물병원 검진비는 최소 지금보다 1.5배~2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에 매번 갈 엄두를 못 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동물병원 진료비 차이와 책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병원의 위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강남구에서 30년 넘게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수의사 강모 씨는 "병원마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다른데, 대부분은 자릿세가 원인"이라면서 "같은 지역 내에서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실력, '단가'와 '종합'가격, 24시 운영 여부, 부가적인 검사 정도, 사후 처치, 입원 여부 등도 동물병원 진료비 차이를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가령 단순히 수술 행위에 대한 가격을 매기는 단가인지, 수술 전부터 수술 과정, 수술 후 처치, 약값 등을 모두 포함한 종합 가격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또 24시 동물병원의 경우 세밀한 밀착 관리가 가능하고 인력 투입 정도가 달라 동물병원 진료비에 영향을 끼친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진료에 대한 소비자 알 권리 제고를 위해 수술 등 중대한 진료행위를 실시하기 이전 수의사가 소비자에게 진료 및 진료내역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사전고지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개별 동물병원에서 진료비를 공시제 역시 도입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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