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못 가는 강남 안과·피부과

강남 일대 병원 일반진료 거부 여전
진료 거부는 처벌 대상이지만
증거확보 어렵고 대부분 조무사 발언
환자 불편에도 복지부 '신고하라' 되풀이
의사협회는 모르쇠 일관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서울 강남 등 임대료가 높은 일부 지역 병ㆍ의원 의사들의 일반진료 거부 행태가 여전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지적이 이어지고, 환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지만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할 의사단체는 물론 정부에서조차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안과와 피부과가 밀집해 있는 곳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다. 이곳은 반경 500m 내에만 안과와 피부과 병원 약 70여개가 몰려있다. 이들 병원 대부분은 라식ㆍ라섹 등 시력교정수술이나 피부미용 시술을 전문 진료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전문으로 내세운 진료 외에 일반진료는 공공연히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김승준(31ㆍ가명)씨는 최근 강남역 인근 한 피부과에 예약 전화를 걸었다가 예약을 거부당했다. 김씨가 피부발진 증상을 호소하며 일반진료 예약을 문의하자 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미용 시술만 하기 때문에 일반 진료는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답한 것이다. 인근의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김씨가 연락한 인근 피부과 6곳 중 일반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안과도 마찬가지다. 라식ㆍ라섹을 전문으로 내세우는 안과의 경우 "진료 가능한 의료진이 없다"는 게 대부분의 이유였다. 기자가 확인을 위해 한 안과에 진료를 문의하자 "예약이 꽉 찼다"며 일반진료를 거부했다. 바로 이어 다른 휴대전화로 같은 곳에 시력교정술과 관련한 예약을 문의하자 "진료는 물론 당일 수술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진료 거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다.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임순광(33ㆍ가명)씨는 "입사 초기 피부병 관련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여러 곳을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며 "지금은 직원들끼리 일반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진료 거부는 처벌 대상이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은 진료거부가 확인된 의료인에게는 최대 자격정지 1개월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는 진료거부를 당했을 때 관할 보건소에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예약이 모두 찼다"는 등 '그럴싸한 이유'로 진료를 거부할 경우에는 처벌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병원에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안내했을지라도 이는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등 직원의 발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녹취 등 증거를 환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기도 어렵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 역시 자정 노력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그런 문제(진료 거부)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 못한다"며 "관련 부서에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에 불법으로 명시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관에서 특별히 더 취할 조치가 없다"며 "진료 거부를 당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관할 보건소에 알려야 한다"고 원론적인 설명을 되풀이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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