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법원·경찰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 본격 심리

하반신 마비 변호사 "기본권 침해" 헌법소원
지난 13일 재판부 심판에 회부돼 절차 돌입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사법·수사기관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한 위헌 여부를 본격 심리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평안)가 제기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 사건을 재판부의 심판에 회부해 심리하기로 13일 결정했다. 사건을 각하하지 않고 헌법에 위배되는지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앞서 박 변호사는 "법원과 구치소, 검찰·경찰청 등에 엘리베이터와 장애인 화장실 등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는 곳이 많다"며 보건복지부장관, 법무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등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이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변호사 업무를 할 자유를 침해한 만큼 헌법 위반이라는 취지였다.

하반신 마비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박 변호사는 비장애인 변호사들과 비교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시·공간적 제약이 많았다고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는 기관들로 인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당초 박 변호사는 이 헌법소원이 각하될 확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한다. 청구인 적격 여부, 다시 말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박 변호사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부작위'로 직접적인 기본권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한편으로는 혹시나 사건이 각하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헌재로부터 판단받을 수 있게 돼 고무적이다"며 "향후 변호사 길을 걷게 될 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조속한 시일 내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 변호사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의대 2학년 겨울방학 때 척추를 다치면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로스쿨 졸업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전문의 자격까지 취득한 박 변호사는 의사와 법조인을 오가며 일하다 최근 변호사로 정착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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