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따를 때는 술병 글자가 위로 가게'…한국공항공사의 황당한 신입사원 교육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한국공항공사가 신입사원에게 교육 자료로 배포하고 가르친 '회식 예절'의 내용이 시대착오적인 '꼰대 문화의 산물'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공항공사는 신입사원이 입사 1년차가 되면 3일간 연수원에서 '신입사원 리텐션(Retention)' 교육을 한다. 이 때 공항공사가 교육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교재에는 회식 예절로 '상사와 합석한 술자리는 근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보인다'거나 '마신 후 곧바로 준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예의'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어 참석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이게 신입사원 교육으로 적절하다고 생각됩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공사의 신입사원으로 밝힌 작성자는 “입사 1년차가 되면 3일간 연수원에 모여 리텐션 교육을 받는데, 교육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돼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성자가 문제를 삼은 내용은 신입직원 교육 교재의 '비즈니스 매너-회식'편이다. 교재는 '회식자리에서 지켜야 할 사항'으로 '윗사람이 권하는 술은 꼭 받아서 입술을 축이거나 받는 즉시 마시는 것이 예의이다'고 명시했다. 또 '마신 후 곧바로 준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이 예의'라거나 '술을 따를 때는 술병의 글자가 위로 가게 오른 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받쳐 정중한 자세로 술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또 교재에는 근로기준법에 저촉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교재는 '회식 예절'로 '상사와 합석한 술자리는 근무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보인다'고 적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식은 일터에서 친목을 다지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근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교재에는 '동료나 상사의 험담을 늘어놓지 않는다', '술을 알맞게 마시고 강제로 남에게 권유하지 않는다'는 등 일반적인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회식 예절'로 언급한 내용 대부분은 '주 52시간' 적용 등으로 불필요한 회식을 줄이려는 최근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었다. 특히 구시대적 회식 문화를 없애는데 앞장 서야 할 공기업이 술 권하는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글에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할 내용이다” “공사는 교재를 검토한 것인지 의문이다”는 등 비판의 댓글이 이어졌다. 작성자는 “앞으로 들어올 신입사원들을 위해 공론화가 돼 앞으로는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확인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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