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시행, '집값 안정에 도움' 기대 반… '가격 통제 역효과' 우려 반

입주자모집공고 신청분부터 적용 · 민간택지에도 최대 10년 전매제한 등
실수요자들엔 내 집 마련 기회…
박원갑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
권대중 "상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안에 대한 발표를 앞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현미(왼쪽 두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윤관석(오른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비공개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이춘희 기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최근 반등을 꾀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하방 압력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다. 기준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분양가를 정부가 직접 통제할 경우 새 아파트 몸값은 물론 기존 집값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간 1.1%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 분석도 비슷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기존 아파트가 잠시 상승세를 보일 수는 있지만 집값은 결국 재건축ㆍ재개발이 선발대이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도 동조현상을 일으켜 상승세가 이어지기 힘들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발표 이후 집값 상승세는 일단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재건축과 일반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폭은 이번 조치를 앞두고 둔화됐다. 최근 한 달(7월12일~8월9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0%→0.09%→0.08%→0.09%→0.04%로 완화됐고 재건축은 0.30%→0.11%→0.10%→0.14%→0.09%, 일반아파트는 0.06%→0.09%→0.08%→0.09%→0.03%를 나타냈다.

높은 분양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청약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강화된 규제로 단기 거래가 어려운 탓에 청약당첨 확률이 높은 실수요자들에게 신규 분양 아파트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주변시세에 비해 저렴해지면 실수요 입장에서는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청약통장의 쓰임새가 귀해지는데 청약통장이 몰리는 곳으로 몰리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조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규제가 집중된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연기 또는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질 경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 기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한제가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가격 통제로 인해 공급이 줄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정하고 적용 시점을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지'로 일원화함에 따라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후분양을 준비해온 단지까지 소급 적용 되는 탓에 위헌 소송 우려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모든 교과서에 가격 통제는 해서는 안 된다고 쓰여있다"며 "단기적으로 보면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을 일으켜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문위원은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규제를 피하려던 일부 재건축과 재개발 단지들이 서둘러 선분양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서울,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후속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은 "강화된 분양가 상한제는 선제적 조치로 투기 심리 조장을 억제하는 장치"라면서도 "분양가 상한제만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되기 힘든 만큼 충분한 보유세 부과 등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후속 대책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ㆍ토지연구본부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맞춤형 정책의 효율적 시행과 성공적 정착을 위해 주택시장 정책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를 감안한 사전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도 "집값이 상승하는 곳을 선별해 적용하고 이후 가격이 안정되면 적용을 해제하는 등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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