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빗물펌프장’ 근로자 3명 사망, 영문도 모른 채 폭우에 휩쓸렸다

1일 오전 실종자 추정 2명 시신 발견…수몰자 3명 모두 숨져
수문 개방 예고에도 작업자들에게 전파 안 돼…6만t 급류에 휩쓸려
사고 현장에 튜브 등 안전 장비도 전무…관계자 "저류 배수 터널이라 장비 無"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 현장 수몰지에서 실종됐던 2명이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다. 폭우 일기예보에도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는 등 안일한 대응이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전형적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당국과 양천구청은 1일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배수시설에서 시신 2구를 발견했으며, 이들은 실종됐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소방서 관계자는 "구조요원 투입지역부터 200m 떨어진 지점에서 실종자 2명을 발견했다"며 "발견 당시 의식과 호흡이 없었으며 이대목동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 31일 쏟아진 폭우로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수몰됐던 현장 점검 작업자 3명이 모두 숨졌다.

사고 당일 오전 7시10분께 구모씨 등 협력업체 직원 2명이 먼저 일상 점검을 위해 수로로 내려갔고, 폭우로 현장 상황이 위험해지자 이를 알리기 위해 시공업체 직원인 안씨가 약 40분 뒤 따라 들어갔다가 모두 참변을 당했다.

당시 폭우가 내리며 수문 개방이 예고됐지만, 작업자들은 미처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천구는 오전 7시 31분 시운전 업체, 7시 38분 현대건설에 수문개방 예정을 통보했다. 수문이 열리면서 터널 안으로 약 6만t의 물이 쏟아져 내렸고 수심은 4m 안팎으로 급상승한 것으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문 개방 사실이 통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들에게는 이 사실이 전파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시공 상황에서는 상부에서 하부로 전달 가능한 연락망이 없다"며 "그래서 2인 1개 조 이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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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사고 현장에는 튜브 등 안전 장비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물을 받기 위한 저류 배수 터널이라 공사 중에도, 공사 후에도 튜브나 이런 것은 배치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작업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2013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몰 사고의 재연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온다. 2013년 7월 15일 노량진 배수지 지하 상수도관 부설작업 현장에서는 한강 수위 상승으로 갑작스럽게 쏟아져 들어온 강물에 휩쓸려 작업하던 근로자 7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서 책임을 가리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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