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신원기자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쉐이크쉑 인앤아웃과 함께 미국의 3대 햄버거 체인점으로 불리는 '파이브 가이즈 버거즈 앤 프라이즈(Five Guys Burgers and Fries, 이하 파이브가이즈)'.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NBC방송의 특집 프로그램 '백악관에서의 하루'를 녹화하던 중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곳으로 일명 '오바마 햄버거'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햄버거 1위로 꼽히면서 오바마 뿐만 아니라 전체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인 10만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 브랜드'를 설문한 결과 '파이브가이즈'가 1위로 꼽혔다. 2016년까지만 해도 '인앤아웃'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으나 2017년 자리를 내준 이후 지난해에도 파이브가이즈가 1위 자리를 지켜내면서 '미국의 국민햄버거'로 부상했다.
파이브가이즈는 1986년 제리 머렐(Jerry Murrell)과 그의 부인 제이니 머렐(Janie Murrell)이 버지니아에 오픈한 테이크아웃 햄버거 가게다. 머렐이 당시 네 명의 아들과 함께 창업해 5명의 부자들이 주방에서 일한다는 의미로 '파이브가이즈'로 지었으나 창업 2년 후에 늦둥이 아들이 태어나면서 5명의 형제들을 뜻하는 의미로 바뀌었다.
파이브가이즈는 오픈 직후부터 인기를 끌었고 '동네 맛집' 정도로 유명세를 타다가 2002년 프랜차이즈화를 선언하고 빠른 속도로 미국 전역에 매장을 확대해 나갔다. 2004년까지 3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했고, 2009년에는 캐나다 캘거리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했다. 2013년부터는 북미 외 국가로 진출, 현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등 15개 국가에 진출했다. 전 세계 매장만 1500곳이 넘는다.
1500여 개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만 연간 8억3000만 달러(약 9700억원, 2016년 기준) 수준. 파이브가이즈는 어떻게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걸까.
소비자들이 파이브가이즈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맛' 때문이다. 햄버거의 맛을 결정하는 패티는 얼린 고기를 쓰지 않는다. 신선한 쇠고기를 손으로 직접 가공해 만든 수제 패티만 사용한다. 고객이 주문한 이후 패티가 만들어지며, 패티를 구울 때도 순수 땅콩기름을 사용해 육즙이 유지되도록 한다.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맛집'이라고도 알려진 파이브가이즈는 '감자'도 까다롭게 고른다. 미국 아이다호에서 나는 감자, 그것도 위도 42도 위쪽 지역에서 생산된 것만 쓴다. 감자는 천천히 자랄수록 맛있다고 하는데, 아이다호 위도 42도 위쪽 지역은 일교차가 커 감자가 자라는 속도가 더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속재료 변화가 없다는 점도 맛을 유지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일례로 2005년 파이브가이즈에 납품하는 토마토 농장이 허리케인으로 토마토 가격이 3배 이상으로 뛰었을 때도 맛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가격을 올리면서까지 토마토의 양을 유지했고, 거래처도 변경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불만을 갖기는커녕 되레 맛에 대한 신뢰를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주방에는 늘 타이머가 존재한다. 전 세계 어느 매장을 가도 같은 품질과 맛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파이브가이즈에는 타이머가 없다. 프랜치프라이를 만들기 위해 감자를 썰거나 패티를 만드는 일 등은 모두 수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정한 두께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튀기고 굽는 속도는 두께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가장 맛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조리한다.
배달도 최근에서야 도입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들에게 항상 신선한 햄버거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본청 청사)에서 걸려온 햄버거 배달 주문조차 거절했다. 머렐이 "매장에 와서 픽업해 가라"며 전화를 끊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펜타곤 소속 직원들이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펜타곤 직원들은 거절당한 이후 매장에 들러 햄버거를 픽업해갔다.
맛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한 가지 더 있다. 파이브가이즈는 '비밀고객 제도'를 시행 중이다. 파이브가이즈 전 매장에는 주당 1~2회 정도 비밀고객이 파견된다. 몰래 매장에 잠입해 음식 맛과 청결 상태, 직원들의 서비스 등 전반을 평가한다. 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높은 점수를 받은 매장이나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매년 전체 매출의 약 2~3%가 인센티브로 지급된다.
창업자인 머렐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지 않을 방침도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회사가 커지면서 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비를 절약하려 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통제권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내 회사는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