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예고된 공격…'대폭 줄어든 부품소재 R&D 예산 재정비해야'

"반도체 업계 양산에만 집중"
장기 플랜 수립 절실한 상황

생산 차질에 반도체 가격 폭등하면
전세계 ICT 업계 피해는 불가피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주상돈 기자]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만큼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품 소재 연구개발(R&D)에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등한시 해왔던 R&D에 분야에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업계와 학계는 조언한다.

대폭 줄어든 R&D 예산 재정비 필요 = 실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소재개발을 포함한 소자(칩)와 장비에 대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최근 크게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R&D 예산은 456억원으로 2014년(844억원) 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1062억원을 지원했던 2010년에 비해서는 57.0% 넘게 줄었다. 디스플레이 R&D예산 지원은 소폭 증가했다가 다시 과거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예산규모는 2010년 268억원에서 2013년 367억원까지 늘었다가 지난해엔 149억원까지 줄었다. 올해는 216억원이 R&D 분야에 지원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자체 R&D와 별개로 정부도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야 반도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R&D 예산 확대 및 관련 업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인치 실리콘 웨이퍼에 제작된 광집적스위치

양산에 집중한 韓…장기 플랜 수립 절실 =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현재로선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산 소재 업체들을 수소문하고 있지만 일본 제품과 순도 등 기술력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기준 리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각각 91.9%, 93.7%를 기록했다. 또 에칭가스의 의존도는 43.9%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선 국내 반도체 업계가 그동안 양산 중심으로 성장을 해 온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00년대 초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기술이 현재와 삼성과 SK를 만들었다. 반면 반도체 양산에서 밀린 일본 업체들은 부품, 소재 등 전후방 분야에 집중했다. 그 결과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이내, 재료의 국산화율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기업과 정부가 양적 성장에만 치우친 결과로 지금에서라도 기초에 충실해 원천 기술과 연구개발, 양적성장 등을 균형있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애플, 페이스북도 피해 불가피 =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장기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5개 업체가 전체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는 특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의 D램 점유율은 무려 73.4%, 낸드 플래시는 45.6%에 달한다.

전세계가 준비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 빅데이터 처리는 필수다. 반도체는 대체 불가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생산차질은 전세계 반도체 시장 뿐 아니라 ICT 업계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3년 9월 SK하이닉스 중국 D램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그 달에만 D램 가격은 8.9%, 다음 달에는 7.3%씩 올랐다. 이번 사태는 당시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변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D램, 낸드 가격의 폭등은 자연스러운 결과로 예상된다. 결국 반도체를 탑재하는 스마트폰 가격 역시 오를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을 구현하는 데이터센터 투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경제부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