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조기 상용화·화웨이 사태에…장비 수급 대혼란

해외 장비 업체 韓 일정 맞추기 어렵다 난색
中 장비 업체 전체로 美 제재 확대…유선 장비 수급도 비상
삼성전자, 추가 공급 여력…5G 조기 상용화로 최대 수혜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동통신 3사의 5G 네트워크 장비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5G 조기 상용화에 이어 커버리지(5G 수신가능 지역)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장비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이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 전체로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5G 무선 장비는 물론 유선 장비 수급까지 어려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까지 5G 장비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키아 공급 늦어 삼성 장비로 대체"

25일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5G 중계기 등 무선 네트워크 장비는 물론 망 구축에 필요한 유선 네트워크 장비까지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렇다 보니 기존에 구축한 LTE 망을 걷어내고 새로 LTE와 5G 장비를 구축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KT는 5G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4월부터 노키아측에 장비 발주를 수차례 내렸지만 5월에야 공급받을 수 있었다.

결국 KT는 충청, 전라, 제주 등의 지역을 삼성전자 5G 장비로 대체했다. 과거 이 지역은 노키아 LTE 장비가 구축돼 있어 노키아 5G 장비가 최적인 상황이었지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이종 시스템간 호환이 가능한 기술 '5G MVI(이종 시스템간 상호운용성)'까지 동원했다.

KT 관계자는 "노키아 장비 공급이 늦어져 급한대로 삼성전자 5G 장비로 대체했다"면서 "LTE와 5G는 같은 공급사 제품을 사용해야 호환이 가능하지만 이종 기기 사용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해 호환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경기 남부 지역에서 노키아 LTE 장비를 걷어내고 삼성전자 장비로 LTE망과 5G 망을 동시 구축중이다. 5월부터 공급이 시작된 노키아 장비는 경상도 지역에 투입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노키아 장비 수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 경상도 지역은 노키아 장비를 쓰고 경기 남부 지역은 삼성전자 장비로 새로 구축하고 있다"면서 "이종 시스템간 호환이 가능하다 해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노키아 장비를 전부 삼성전자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노키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5G 조기 상용화에 따라 생산량 확보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일정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딱히 노키아만의 일이 아니라 에릭슨 등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 일정에 맞춰 5G 장비를 생산, 공급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우리나라가 상용화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일정이 꼬였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나간 자리 치고 들어온 ZTE, 유선 네트워크 장비도 수급 비상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화웨이 사태도 골칫거리다. 5G 무선 네트워크 장비의 경우 LG유플러스만 사용하고 있지만 유선 네트워크 장비는 SK텔레콤과 KT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사후지원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일부 이동통신사는 가격이 저렴하고 수급이 원활한 중국 통신 장비 업체 중싱그룹(ZTE)를 대안으로 장비 도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에 이어 중국산 네트워크 장비 전체로 제재를 확대하겠다고 나서며 난감한 상황이 됐다.

네트워크 장비 업계 관계자는 "일부 이통사가 유선 장비 업체로 ZTE와 계약을 했지만 미국의 제재 강화로 실제 공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무선은 물론 유선 장비까지 수급 불균형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최대 수혜자로 떠올라 주목된다. 우리나라가 5G 조기 상용화에 나서며 제조사 중 가장 먼저 5G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최원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지난 24일 과기정통부가 주최한 'KRnet 2019' 컨퍼런스에 참석해 "5G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에릭슨, 화웨이와 동등한 수준이고 5G 단말기는 애플과 최소 1년 이상 격차가 난다"면서 "(5G) 칩셋 역시 삼성전자와 퀄컴이 동일한 수준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인도 시장에도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세운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시장 점유율 20% 이상 목표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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