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 세제지원 외에 M&A 등 종합지원책 필요'

가업승계 '부의 대물림' 인식 강해 공제기준 앞서 인식 개선 시급
일본보다 가업상속 공제 한도·사후요건 엄격해 공제 실적 저조
일본처럼 창업자 고령화 대비한 종합 대책 마련 필요
일본은 '가업승계형 M&A' 682건…5년새 3배 증가

가업상속 공제제도 이용 현황 (출처=KDB 미래전략연구소 '한일 중소기업 가업승계' 보고서)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세제 지원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해 종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처럼 베이비부머 창업자들이 은퇴하면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으므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한편 정보제공이나 컨설팅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9일 박희원 KDB미래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일 중소기업 가업승계' 보고서를 통해 "세제지원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고 중소기업 후계자 문제에 적극 대응하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되 단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경쟁력 강화와 고용 안정 등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도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대부분이 가족기업 형태라는 점에서 가업승계 문제는 피하기 어려운 경영과제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국내 가업승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방법은 친족승계(57.2%)이며, 가업승계 과정의 애로사항으로는 상속세 등 조세부담(69.8%)이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현재 연매출이 3000억원 미만인 기업을 승계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준다.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중소·초기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비상장 중소기업 모두에게 적용해주는 일본과 비교하면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기업 요건이나 공제 한도, 사후요건이 훨씬 엄격한 편이다. 가업상속 공제건수도 지난 7년간 평균 68건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인식이 강해 가업상속 공제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업계 요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가업상속공제제도 비교 표(출처=KDB 미래전략연구소 '한일 중소기업 가업승계' 보고서)

박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고용안정과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불법 상속이나 도덕적 해이 같은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가업승계의 사회·경제적 기여 등을 부각시켜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들도 후계자를 양성하고 투명하게 가업승계를 추진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가업승계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유능한 중소기업 경영 후계자 양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적절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M&A에 주목해 가업승계형 M&A가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후계자 부재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제지원 뿐 아니라 정보제공과 컨설팅, 사회적 인식 제고 노력, 금융지원 등 종합적인 지원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중소기업청의 설문조사에서는 60세 이상 일본 기업 경영자 48.7%는 아직까지 후계자를 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흑자 상태에서도 폐업하는 기업들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경영자 은퇴로 중소기업의 폐업이 늘어나 2025년까지 650만명의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가업승계형 M&A를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중소기업 M&A 전문중개기관들이 출현하고 있는데 니혼M&A센터, 스트라이크(Strike), M&A캐피탈파트너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 M&A계약 건수는 2012년 232건에서 2017년 682건으로 5년새 3배 가량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M&A를 가업승계 수단으로 인정해 2018년부터 사업을 양도할 경우 등록면허세나 부동산취득세를 인하하는 등 세제 우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낮은 경제성장률 고령화로 인한 소비 감소로 인해 가업승계형 M&A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중소기업 M&A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오너들이 창업한 회사를 매각하는 데 반감이 크고 자산·인력을 한꺼번에 양도·양수한 경험이 없어서다. 특히 300억원 미만의 M&A는 경제성이 낮고 기업중심으로 M&A가 성사되고 있다. 최근 들어 대규모 가업승계형 M&A가 성사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 사례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인수된 락앤락, VIG파트너스가 인수한 유영산업, 신세계에 인수된 까사미아 등이 있다.

박 연구원은 중소기업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M&A에 대해 PEF(사모펀드)와 대기업의 역할을 강화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중소·중견기업 M&A를 위해 출자하는 '성장 전략 M&A 펀드' 등을 통해 300억원 미만의 소규모 M&A에 대한 투자를 유인·확대해야한다"며 "대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M&A를 활용하도록 세제 혜택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을 모색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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