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크레인 쓰지말라'…현수막 달고 멈춘 타워크레인

아파트 건설현장 직접 가보니

27~29층 예정된 아파트, 15~20층 정도 올라간 상태로 멈춰
완공일자 지연은 물론 안전사고 발생 우려 높아 긴장감
총파업이 소형타워크레인 견제 위한 '밥그릇 싸움' 지적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동시 파업과 점거 농성에 들어간 4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공사장의 타워크레인에 '시한폭탄 소형타워크레인 즉각폐기!'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관주 기자)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시한폭탄 소형타워크레인 즉각 폐기!', '불법 소형타워크레인 규격 제정하라!'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8ㆍ9공구 아파트 건설현장. 2000여가구가 들어서는 공사 현장은 분주한 아침을 맞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출입문을 통해 공사자재를 실은 5t 덤프트럭이 쉼 없이 오갔다. 안전모를 쓴 인부들은 자재를 옮기며 분주히 움직였다. 자재를 옮기거나 내부 작업을 하는 듯 '땅땅' 소리는 공사장 펜스 바깥으로 울린다.

그러나 현장에 설치된 10여대의 노란 타워크레인은 모두 멈춰 있었다. 27~29층 고층 작업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타워크레인에는 자재를 옮기는 데 쓰는 호이스팅로프(타워크레인에 연결해 자재를 들어 올리는 철제 밧줄)와 훅(짐을 매다는 갈고리) 대신 파란색ㆍ빨간색 현수막이 나붙었다. 현수막에는 소형타워크레인 폐지와 규격 제정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장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공사기한이 늦어져 예정된 완공일자를 맞추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파업으로 인한 충돌이나 사고 우려가 컸다. 건설현장 경비원 이모씨는 "일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고공농성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혹여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기에 현장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건설노조는 본격 총파업에 돌입한 이날 오전 11시 신길뉴타운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워크레인기사 처우 개선 생존권 보장, 소형타워크레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소형타워크레인은 조종석 없이 20시간 교육만으로 전문 자격증 소지자가 아닌 자가 조종할 수 있어 건설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소형타워크레인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대부분 운전석을 탈거하고 제원을 조작하는 것이 현장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리모콘' 조작이 가능한 소형타워크레인은 최근 건설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건설사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10층 이하 공사에서 이 장비를 선호한다. 자격증을 따고 직접 크레인에 올라가 작업을 하는 운전기사들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양대 노총은 소형타워크레인의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만, 사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생존권 보장 요구가 파업의 핵심이란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실제 총파업 전까지만 해도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전국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고용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소형타워크레인 견제가 먼저라는 판단이 총파업까지 이어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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