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약범죄, 일반화·지능화·고도화됐다

경찰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3개월 집중단속
3994명 검거·920명 구속
일반인·20대 비율 늘고 범행 유형 다양화
경찰 마약범죄 관리 위한 후속대책 추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버닝썬 사태’로 촉발된 마약류 범죄에 대해 경찰이 석 달 동안 집중단속을 벌여 4000명의 마약사범을 적발했다. 단속의 시발점이 된 버닝썬·아레나 등 서울 강남 클럽 관련 마약사범을 비롯해 약물 이용 성범죄와 불법촬영물 유포 등 2·3차 마약범죄도 이번 단속을 통해 확인됐다.

경찰청은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 간 ‘마약류 등 약물 이용 범죄’ 집중단속을 통해 총 3994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920명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4.3% 증가한 수치다.

‘3단계 마약범죄 카르텔’ 근절…유흥업소도 단속

이번 단속에서 경찰은 ▲마약류범죄 ▲성범죄 ▲불법촬영물 ▲유흥업소 불법행위 등 크게 4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마약범죄 ‘카르텔’의 입구인 마약류 투약·유통을 1차 범죄, 약물 이용 성범죄를 2차 범죄, 이를 악용한 불법촬영·유포범죄를 3차 범죄로 설정하고 단속 역량을 집중했다.

검거 유형별로는 1차 범죄가 3833명(구속 886명), 2차 범죄가 52명(구속 23명), 3차 범죄가 109명(구속 11명)이었다. 이 가운데에는 가수 박유천씨와 SK·현대가 3세 등 연예인·재벌가 5명이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마약류 유통의 온상으로 꼽힌 유흥업소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전국에서 유흥업소 148곳이 단속돼 성매매사범 615명이 검거됐고, 단속의 발단이 된 클럽 ‘버닝썬’과 같이 무허가 유흥주점 영업을 한 소위 ‘불법 클럽 음식점’도 43개소가 단속돼 58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의 부당이익금 19억1236만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고 현금 1억1470만원을 압수했다. 또 국세청에 276억7000만원을 과세하도록 기관통보했다.

온라인 마약유통 개요도./자료=경찰청

일반화·지능화·고도화되는 마약범죄

이번 집중단속에서 눈여겨볼 점은 마약범죄가 점차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 투약만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제조·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먼저 마약류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지역 클럽 등에서만 마약류 유통·투약 피의자 134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17명은 구속됐다.

국내에서 마약을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에서는 도심 호텔에 필로폰 제조 기구를 설치하고 원료인 에페드린 등을 이용해 필로폰 3.6㎏을 제조한 중국인 등 3명이 검거됐다.

단일 사건으로는 서울지방경찰청 중요사건미제수사팀에서 적발한 ‘아산화질소 캡슐’ 유통 사건이다. 강남 클럽에서 손님들에게 아산화질소 판매 문자를 보내고 주거지 등으로 배송해 25억원어치의 아산화질소 캡슐을 판매·구매자 등 95명이 검거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약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61.8%는 초범이었다. 직업은 무직(40.7%)이 가장 많았으나, 마약사범 4명 중 1명(24.9%)은 회사원·학생·주부 등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특히 20대 비율이 전년 17.2%에서 올해 26.6%로 늘었고, 인터넷을 이용해 마약을 투약·유통하는 사범이 전체 단속인원 중 31.2%를 차지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 이문호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4.26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안정적·지속적 관리…후속대책 마련

경찰은 이번 3개월 간의 단속 성과를 바탕으로 마약류 범죄 근절을 위한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찰청은 우선 마약류 밀반입 원천 차단 시스템 구축과 상시단속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체제 확립에 나선다. 해외주재관을 활용해 국제마약조직 및 국내밀반입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해 국내 침투를 차단하고, 사이버수사관은 주요 유통 통로인 SNS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한다. 해외 연관사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밀반입 윗선을 추적하고, 대형 유흥업소의 불법 영업행위도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마약류를 이용한 2·3차 범죄 예방에도 속도를 낸다. 112신고접수 시 ‘마약류(약물)’ 신고코드를 신설해 체계적 관리와 신속 출동을 도모하고, 성범죄에 사용되는 일명 ‘물뽕(GHB)' 등 ’데이트 강간 약물‘을 신속히 탐지할 수 있는 휴대용 키트도 개발 중이다. 또 음란물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불법촬영물 유포 사범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2차 피해 방지와 피해자보호를 위한 정책도 수립할 계획이다.

단속뿐 아니라 예방적·회복적 경찰활동도 전개한다. 마약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다. 치료·재활을 통한 중독자 치료 보호 활성화, 대국민 홍보자료 제작 및 예방교육 실시 등이 포함된다. 마약수사 기반 확충을 위해 경찰청 내 마약전담조직 신설과 지방청 마약수사전담 인력 증원, 국제공조 강화 등도 전개한다.

경찰 관계자는 “집중단속 종료 후에도 마약류 범죄에 대한 상시관리·단속체제로 전환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 구현을 위해 후속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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