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와 은행의 대응

은행권에 디지털기술 기반의 사업 전략과 새로운 사업모델 도입 등 조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바람이 거세다. 유통기업인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IT 기업인 애플이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다.

이같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서비스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IT기업 수준의 디지털 전략과 역량이 없이는 미래의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미 시장은 금융에 IT를 접목하는 '핀테크'를 넘어 IT 기업이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테크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IT 기업들의 금융서비스 제공은 금융업의 기능별 분화(Unbundling)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대형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했다면 IT 기업들은 우선 가장 자신있는 개별 금융서비스에 집중해 고객 중심의 사용환경(UI/UX) 제공과 이용 편의성을 앞세워 고객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은행에 가는 대신 간편송금 앱을 통해 송금하는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핀테크산업 육성 정책도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혁신 서비스에 일정기간 각종 금융규제를 풀어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4월1일부터 시행됐고 올 연말에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은행과 핀테크 결제사업자가 함께 공동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향후에는 신기술기반 서비스의 유연한 포섭을 위해 규율 체계를 업종별에서 기능별로 전환하고 지급지시 서비스업, 종합지급결제업 등 새로운 전자금융업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는 핀테크 기업에는 큰 기회이지만 은행에는 큰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이에 은행들은 기술혁신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대응하고 있다. 우선 고객들이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채널로 점차 이동함에 따라 스마트뱅킹 앱 중심의 모바일 플랫폼을 강화해 다양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내부업무 혁신을 위해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도입하고, 디지털 전문인력 충원과 조직개편에도 힘쓰고 있다. 내부 역량이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위해 핀테크랩을 통한 우수 스타트업의 육성과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고객과 직접 대면이 필요한 부분에는 여전히 은행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최근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현상이 이슈화되면서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수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은행이 '포용금융'의 실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 금융산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높여 나간다면 은행의 고객기반도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앞으로 은행과 IT 기업 간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덩치가 큰 은행이 디지털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흐름으로 인해 신사업 진출의 길이 열리는 것은 은행에도 기회다. 싱가포르의 DBS은행이 적극적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인도에서 최초의 모바일 뱅크를 출시하는 등 해외 진출에 성공해 동남아시아 최대 종합금융그룹으로 발전한 것은 대표적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우리 은행들도 작금의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세계적 혁신금융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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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공수민 기자 hyunh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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