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이 주택투자를 멈추면 안되는 이유

주택 거래가 멈춘 듯하다.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지방은 4년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울산ㆍ군산 등 일부 지역은 지역경제가 무너지면서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주택 거래가 멈추고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기업은 주택 투자와 생산을 줄인다. 수요가 줄면서 기업이 어떤 주택을 생산해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택 투자 감소는 단순히 주택시장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이 투자를 중단하면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감소한다.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살펴야 하는 이유다.

주택 투자는 2017년에 92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소폭 감소했지만 90조9000억원이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7%에 해당된다. 2013년 이후 주택 투자는 꾸준히 증가했고 GDP 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전체의 20~30%에 이른다. 고용 창출에 기여한 효과도 크다. 2015년 이후 제조업ㆍ도소매업 등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했던 시기에도 주택산업과 부동산업은 꾸준히 성장했고 취업자 수도 증가했다. 주택산업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기업의 주택 투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올 1분기 주택 투자가 줄면서 취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

주택산업은 다양한 연관산업을 가지고 있다. 집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 소방ㆍ배관ㆍ냉난방 같은 설비와 전기ㆍ통신ㆍ유리ㆍ창호ㆍ타일ㆍ도배 등 실내 건축은 물론 생활가전ㆍ가구 등 인테리어와 리모델링ㆍ이사까지 수많은 전문 업종부터 임대관리ㆍ중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돼있다.

주택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이 주택 투자를 줄이면 결국 2ㆍ3차에 걸쳐 인테리어ㆍ설비가게 등 동네 골목업종뿐만 아니라 목수ㆍ미장ㆍ타일 등 현장의 서민 일자리까지 줄어들게 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주택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전체 산업 평균보다 높다. 국내 산업은 평균적으로 10억원을 투자하면 12.5명의 일자리가 발생한다. 그러나 주택산업은 10억원을 투자하면 14.5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주택을 공급하는 기업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지속돼야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이 경제활동을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주택사업자의 5.7%가 부도 직전이라고 한다. 지금과 같은 규제 상황이 지속되면 약 58%는 주택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고 투자를 멈추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해진다.

국민의 60%는 집이 있다. 40%는 집이 없어서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산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일 수도 있고, 다주택자들이 공급하고 있는 일반 셋집일 수도 있다. 집이 있는 사람도 집이 없는 사람도 집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투기가 만연한 시장 질서는 투명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시장관리를 위한 착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주택 거래를 중단시키고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는 위험하다.

주택산업이 투기라는 과거의 부정적 인식을 청산하고 미래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스마트주택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리적인 주택 규제 수준으로 재정비하고 기업이 건전한 스마트주택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산업은 우리가 버려야 할 산업이 아니다. 경제활동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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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집부 이근형 기자 ghle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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