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든 '의원수 확대'…선거법 통과 묘수? 역풍?

박지원 "인구 비해 의원 적어, 세비동결 등으로 예산 내에서 30석 증원"
朴의견 수렴땐 '지역구 감소 우려' 의원 반발 잠재울수도
국민 공감대 부족, 역풍 우려 지적도…한국당은 즉각 반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자마자 여야 4당을 중심으로 '의원정수 확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여야 모두의 합의로 선거법을 처리하기 위한 '묘수'라는 해석과 함께 국민 반발이 여전한 만큼 선거제 개편의 진정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의원정수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민주평화당이다. 특히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6일에 이어 7일에도 공개적으로 의원정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YTN 라디오를 통해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법대로) 지역구가 축소된다고 하면 현재 농어촌 지역은 아주 형편없이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을 봐서 농어촌 지역은 좀 그대로 보강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인구 5000만명에 비해서 국회의원 300석은 적다"며 "국가ㆍ국민경제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세비를 동결하거나 보좌관 수를 줄이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해 예산 범위 내에서 30석 정도는 증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광주 KBS 라디오에서도 "국회의원 300명은 세계 어느 나라를 보 더라도 적은 숫자"라며 "의원정수 문제는 숙려기간에 충분히 논의해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정수 확대'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선거제 개편안 논의 초반에 정의당ㆍ평화당 등 군소정당에서 주장했던 안이다. 당시엔 국민 여론과 한국당의 반대로 잠시 보류했다가 패스트트랙 고비를 넘기자 다시 불씨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원정수 확대 주장은 의원들의 '밥그릇'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지역구 축소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상황인식이 반영됐다. 패스트트랙에 태운 선거제 개편안을 시행하려면 지역구 의석수를 현재 253석에서 225석으로 28석을 줄여야 한다. 지역구를 통·폐합 해야하는데 1개 지역구가 인접한 최소 2~3개 지역구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꺼번에 28개 지역구를 없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의원 1인당 16만여명을 대의하도록 하고 있는 정치현실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원수는 31위에 그친다. OECD 평균은 국회의원 1인당 9만9000여명 수준이다. 지난 1월 정개특위 자문위원회도 이를 감안해 의원정수를 20% 확대(360명)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현재 300석으로 의원정수를 고정한 선거제 개편안은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선거제 개편의 핵심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함께 좌초된다.

결국 '의원정수 확대' 주장은 연동형 비례제를 살리면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평화당 내 지역구 축소 우려를 달래고 한국당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 태우긴 했지만 선거제도는 여야 모두의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안은 결국 다시 마련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하면서 특권을 줄이는 식으로 여야 모두 동의할 안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군불을 때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다만 '의원정수 유지'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운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데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정수 확대부터 요구하는 것은 되레 진정성을 의심받아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 중인 만큼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실제 한국당은 범여권을 중심으로 '의원정수 확대' 주장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장외집회 발언을 통해 "의원정수가 분명히 늘어날 것이라고 저희가 주장했을 땐 아니라고 하더니 벌써부터 민주당, 평화당에서 '의원정수를 늘려달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지금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맞나. 의원정수를 10% 줄이겠다고 한 한국당안대로 논의를 해달라"고 날을 세웠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부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