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질병?] ''중독' 전제한 연구가 다수, 과잉 의료화 우려'(종합)

2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태그톡(T.A.G 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게임과몰입의 질병 등재가 임박한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연구 결과들이 편향되거나 '중독'을 전제로 작성돼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태그톡(T.A.G talk) 'Gaming Disorder, 원인인가 결과인가' 심포지엄에서 "대부분의 논문들이 (게임)중독 개념을 일단 전제하거나 동의한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미국 정신의학협회(APA)가 2013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차 개정안(DSM-5)'에서 게임장애라는 용어를 언급한 이후 2016년부터 '게임과몰입'이나 '중독' 개념에 사전 동의하거나 전제하고 연구를 진행하는 논문수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근거로 관련 논문 721편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발표된 논문 63건 가운데 58.7%가 게임과몰입이나 중독이라는 개념에 동의했으나 2016년에는 132편 가운데 73.5%가 동의한 것으로 비율이 높아졌고, 2017년에는 182편 가운데 79.7%, 2018년에는 90편 가운데 83.3%로 증가했다.

윤 교수는 "APA의 DSM-5 발표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인식하는 정신의학, 심리학 분야의 관련 논문이 중국과 우리나라에 많은 사실을 제시하면서 관련 논문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준 연구비 지원 주체에 주목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은 국가 자연과학기금위원회, 우리나라는 국가연구재단,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연구비 지원 주체였고, 이에 따라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는 정신의학, 심리학 관련 연구 결과물이 많아졌다고 추정한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의 경우 이미 나온 현상을 분석한 연구보다 특정한 목적이나 원인에 의해서 톱다운 방식으로 결론이 나온 사례가 많다"며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할 경우 사회적 문제를 의학으로 풀 수 있다고 호도하는 '과잉 의료화'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스텟슨 대학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는 "우울증이나 다른 질병 요인 때문에 게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래서 이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게임과몰입을 유발하는 다른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업 스트레스를 비롯한 학교나 가정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게임을 과용하는 개인을 통제해 약이나 심리치료로 해결하려는 것이 의료 과잉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질병 등재는 문제 해결이 목적이지 원인이나 확정이 아니다"며 "질병코드 등재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고려하지 않는다거나 심사숙고하지 않고 진행된다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달 스위스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승인할 예정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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