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는 없다…약자 향한 '무차별 범죄'만 있을 뿐

'묻지마 범죄'피해자 여성·노인에 집중
'묻지마' 아닌 구체적 범죄행위 표현 사용해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이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최근 '묻지마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며 공포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묻지마'라는 단어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이란 의미인데, 실상 이런 사건의 피해자는 여성이나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묻지마 범죄'로 표현된 최근의 사건은 지난 17일 경남 진주시에서 안인득(42)이 저지른 '아파트 방화ㆍ살인' 사건이다. 안인득이 범죄 동기를 밝히지 않고 조현병 환자인 사실까지 알려지며 언론은 묻지마 범죄란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안인득에 의해 희생된 이들은 10대 여학생을 비롯해 여성과 노인뿐이었다. 또 사건 현장에서 안인득이 덩치가 큰 사람은 그냥 지나쳤다는 피해자 진술이 나왔다. 최근 1년간 언론에 묻지마 범죄로 보도된 사례를 종합해봐도,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 또는 노인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언론에서 지어내 쉽게 부르는 용어일 뿐, 세상에 동기 없는 범죄는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묻지마 범죄' 식 '정의 내리기'가 고착되면 범죄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 놓치는 측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의식은 형사정책연구원이 2014년 발간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2012년 묻지마 범죄 가해자로 집계된 48명 중 47명은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해자 대부분은 무직으로 월평균 소득이 없거나 100만원 미만이었으며 최종학력 역시 고등학교 졸업 이하였다.

박형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실패 원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한 남성이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약자가 그 대상이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범죄 행위와 동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이를 위해선 불특정 다수를 향한 범죄, 무차별 범죄 등 보다 명확한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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