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기자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난 15일 원전해체연구소 부지 선정 이틀만에 해체산업 육성전략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전생태계 붕괴 우려와 탈(脫)원전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해체산업 육성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산업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해체산업 육성전략(안)'이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육성전략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국내외 해체시장 확대에 대비해 초기시장 창출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고리1호기 원전해체 시작 전인 2022년 전에 원전해체 사업을 세분화해 폐기물 처리시설 구축공사와 해체 공사용 장비 구매와 같은 준비 시설 등 가능한 부분부터 조기발주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원전기업이 해체분야로 사업을 전환해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생태계기반과 인력, 금융 등에 대한 종합지원도 추진한다. 울산의 에너지융합 일반산단과 부산의 방사선의과학 산단 등 인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기업집적 및 생태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까지는 현장인력 1300명을 교육해 해체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최대 500억원 규모의 에너지혁신성장 펀드 등을 조성해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원전해체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 마련도 추진한다. 불연속적으로 형성되는 원전해체 물량의 수급여건 및 국내외 환경 등을
고려해 원전해체 계획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원전해체계획 총괄조정ㆍ지원방안 마련 등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원전해체 기본계획' 수립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해체 분야 진입기업 집중지원 및 전문화를 위해 '원전해체 전문기업 확인제도' 신설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고, 원전해체시장 톱5 수준까지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원전 건설과 해체는 자동차 생산과 폐차 산업, 혹은 산부인과 의사와 장의사처럼 분야가 달라 사업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해체 물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서 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원전해체 시장 시장규모가 국내 22조5000억원, 전세계로 확대하면 5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해체 분야를 산업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체가 산업이 되려면 일감이 꾸준하게 나와야 하고, 전체 550조원이라는 포괄적인 수치가 아니라 매년 단위의 물량이 예측이 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고리1호기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또 원전의 주기기를 만들던 인력에게 해체 분야에서 폐기물 처리를 하라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출산율이 낮으니 장의사하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해외 원전해체 시장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고리1호기 해체 진도에 맞춰 해외 해체원전에 대한 단위사업을 수주하고 이후에는 선진국과 제3국에 대한 공동진출, 최종적으론 글로벌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교수는 "우선 원전 건설의 경우 관련 부품 공급망이 끊긴 선진국이 나서기는 힘들지만 비교적 단독 기술인 해체는 상황이 다르고, 나라별로 원자로형이 달라 수주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해체는 80%가 인건비와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이기 때문에 수주를 한다고 해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는 정부 주도의 해체산업 육성이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정 교수는 "해체 비용은 해체 기간과 폐기물은 어디에 어떻게 처리하느냐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비용 최적화를 고려해 판단해야할 사안"이라며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언제까지 해체를 하라는 것은 비용 증가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발전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