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송달로 계약해지 통보…法 '충분한 노력 없어 무효'

국방부가 계약업체에 보낸 처분서 '폐문부재'로 반송

공시송달, 예외적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해석

대표이사 주소로 보내는 등 다른 노력 했어야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사업을 수주한 업체에 제재를 가하려할 때 관련 서류를 전달하려는 충분한 노력 없이 관보에만 게재하는 공시송달을 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소프트웨어 업체 A사가 국방부를 상대로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2016년 5월 사령부급 국군 부대의 전신스캐너 유지보수 계약 업체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7월 금액과 기간을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A사가 긴급 정비 지연 등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3개월 만에 계약을 해지했다.

국방부는 이듬해 9월에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 여부를 결정하려 하니 의견을 제출하라"는 안내서를 7차례 걸쳐 A사 본점에 보냈다. 하지만 모두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상태로 송달되지 않았다.

한 달 뒤에는 A사에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한 뒤 처분서를 본점 소재지로 보냈지만 마찬가지로 폐문부재로 반송됐다. 이에 국방부는 안내서 및 처분서를 관보에 게재하는 방식으로 공시송달했다.

행정절차법 14조4항에는 '송달받을 자의 주소 등을 통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나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관보, 공보, 게시판 등에 공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법원은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A업체 대표이사의 주소지에 보내는 등 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바로 관보에 게재한 것은 절차상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이 규정한 공시송달은 통상의 방법에 따른 송달을 할 수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예외적인 규정이므로 요건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등기부와 국방부 전자조달시스템 등에 대표이사 김모씨의 주소지와 개인정보가 기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쪽으로 송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단지 본점 소재지에 송달을 하고 폐문부재로 반송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공시송달 절차에 나아간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부는 담당자가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출하고 있지 못하다"며 "설사 통화를 시도했더라도 그 같은 사정만으로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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