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해리포터' 화형식, '베를린 분서' 연상 논란

폴란드 그단스크 카톨릭 사제들, '해리포터' 화형식 개최
1933년 나치의 '베를린 분서'사건 연상... 폴란드 극우화 상징

지난달 31일, 폴란드의 카톨릭 복음주의 재단인 'SMS Z NIEBA'에서 카톨릭 사제들과 신도들이 해리포터 책을 비롯, 아프리카 부족가면과 코끼리 모형 등을 우상숭배라며 화형식을 열고, 이를 페이스북에 게재해 논란이 일었다.(사진=페이스북 'SMS Z NIEBA' 계정)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폴란드의 카톨릭 사제들이 영국 유명 판타지 소설인 '해리포터(Harry Potter)'가 "악마가 깃든 책"이라며 화형식을 열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책이 마법과 우상숭배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화형식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로 퍼진 이 영상은 과거 나치 독일의 '베를린 분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반(反)난민·극우로 물들어가고 있는 폴란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란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4일 영국 BBC 등 외신들에 의하면, 지난달 31일 폴란드 북동부 그단스크 지역의 한 카톨릭 복음주의 재단에서 해리포터 책과 불상, 아프리카 부족들의 가면, 코끼리 모형 등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화형식을 진행하고 사진과 동영상 등을 SNS에 게재했다. 이 화형식에서 사제와 신도들은 기도문을 외우며 책에 불을 붙였으며, 사제가 어린아이 2명과 함께 화형식을 진행하는 사진까지 올라와 큰 논란이 일었다.

(사진= 페이스북 SMS Z NIEBA 계정)

해당 단체는 마법과 우상숭배 배척을 위해 "악마가 깃든 책"을 불태웠다고 주장하며 화형식을 정당화했지만, 폴란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특히 아이들을 대동해 화형식을 진행한 것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폴란드 뿐만 아니라 러시아, 미국의 일부 기독교원리주의자들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우상숭배의 길로 아이들을 타락시킨다는 이유로 비판해왔지만, 공개적인 화형식까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극단적 행위의 배경에는 폴란드 로마 카톨릭 교회가 직면한 위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폴란드 카톨릭 교회 성직자 400여명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충격에 빠진 바 있다. 폴란드 내에서 카톨릭교는 국교이자 국민의 95%가 믿고 있는 거대한 종파로 사제들의 권위가 막강했지만 성추문이 대거 일면서 카톨릭교의 지위가 크게 실추됐다.

1933년, 나치독일에 의해 자행된 베를린분서 사건 당시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종교적인 문제에서 그칠 뿐만 아니라 반난민·극우세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폴란드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해당 화형식이 과거 1930년대 나치독일의 '베를린 분서(焚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베를린 분서사건은 1933년 5월10일 나치정권이 전국 도서관에 있던 책을 일제히 불태운 사건으로 나치의 대표적 만행으로 손꼽히는 사건이다.

당시 나치는 나치당에 비판적인 책들이 독일인의 영혼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화를 위해 책을 불태워야한다고 선전했다. 이에따라 마르크스, 루터, 에밀졸라, 카프카 등 1만8000여권의 책이 도서관에서 압수돼 모두 불태워졌다. 현재도 베를린 분서사건이 일어났던 훔볼트 대학 맞은편 광장에는 책이 쌓여있던 지점에 청동판이 놓여져있으며, 그 청동판에는 독일의 유명시인인 하인리히 하이네가 남긴 "이것은 서막일 뿐이다. 책을 불태우는 곳에서는 결국 인간도 불태운다"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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