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단골집' 이금심 신안촌 대표 '34년째 남도음식 지켜온 것은 '손맛''

[한국의 백년가게]<23>서울 종로구 '신안촌'

34년 전통 전라도 토속음식점

반찬 하나도 토속 재료 고집

1대 이금심 대표, 매일 새벽 직접 장봐

고(故)김대중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30년 이상 도·소매, 음식업을 영위하는 소상인 중 전문성, 제품·서비스·마케팅 차별성 등 일정 수준의 혁신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백년가게'로 육성하기로 했다. 대(代)를 이어가며 100년 전통을 자랑할 한국의 백년가게를 소개한다.

이금심 신안촌 대표(오른쪽)와 딸 허희선 씨가 가게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은결 기자] "도마도, 칼도 없는 시대가 온다지만 음식은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하는 게 제맛이지 않겠어요?"

34년째 서울 한복판에서 전라도 토속음식을 해오고 있는 이금심(74) 신안촌 대표는 '손맛'을 가게의 장수비결로 꼽았다.

이 대표는 "기계적으로 하는 음식은 경쟁력이 없다"며 "갈수록 일하기는 고약해지고, 이집저집 다 똑같은 음식을 하는데 앞으로는 손맛으로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다못해 갓김치도 돌삿갓이 아닌 흑갓을 써 토속적으로, 장아찌도 제철을 살려 남이 안하는 것으로 내놓고 있다"고 자부했다.

신안촌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골목길에 자리 잡은 남도 토속 음식 전문점이다. 매생이·연포·홍어탕, 낙지꾸리, 홍어삼합으로 유명하다. 전남 신안 출신인 이 대표는 40대 초반인 1986년 서울에 올라와 신안촌을 차렸다. 남편이 가정을 꾸려갈 여건이 되지 않자 이 대표가 가장으로서 두 딸의 양육을 위해 나선 것이었다.

달리 기술은 없고, 그저 요리하는 것이 좋았던 이 대표는 작은 식당을 하나 냈다. 어렸을 때부터 먹고 자란 홍어, 낙지 요리만큼은 서울에서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러나 사업에는 문외한이었다. 간호학교를 나와 해외에서 6년여 근무해봤을 뿐이었다. 스스로도 5년 이상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개점 첫해 왔다가 2년 뒤 다시 찾아온 한 손님은 '아직도 가게를 하고 있느냐'라며 놀라더라. 당시에는 손님 대하는 건 물론 사업 감각이 엉망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신안촌은 1997년 외환 위기에도 끄떡없이 견디고 현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만큼 명성이 대단하다.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위치한 신안촌 본점 외관

이 대표는 무엇보다 식자재를 최고로 친다. 유통이 용이해진 지금과 달리 창업 초기에는 1년 먹을 매생이를 구하러 엄동설한에 강진, 장흥 등 섬진강 산지에 다녀오는 게 일이었다. 아직도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시장에 다녀온다. 각지에서 올라오는 재료들을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서다.

재료를 다루는 솜씨도 뛰어나다. 연포탕의 경우 원래 숙취해소국으로 찾는 현지의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살려 요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포탕을 제일 먼저 서울에 갖고 왔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크다. 홍어는 흑산 홍어만 먹고 자라 삭히기도 잘하고, 먹기도 잘한다고 한다.

이 대표는 포화 상태의 외식업시장에서 도태하지 않으려면 경영자가 '본업'에 힘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손맛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적당히 해서 음식을 내놓으려고 하지 애쓰지 않는다"며 "나는 잘할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음식 욕심'이 강해 내가 아는 한 음식에 열심히 치중한다"고 말했다.

학습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좋은 경영 교육 과정이 있으면 본인뿐 아니라 두 딸을 입교시켜 배우게 한다. 그는 "경영자가 교육을 받고 달라져야 그 업장이 달라지고, 생각이 앞서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했다. 큰딸 허희선(50)씨와 둘째 딸 정은(45)씨는 각각 15년, 20년 전부터 본점과 분점을 이 대표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제가 어려우니 음식이라도 잘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팔고 싶다. 힘 닿는 데까지 가게를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그는 "우리 집을 높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시골 사람처럼 수더분하게 아무라도 드나들라는 뜻으로 가게 이름에 '마을 촌' 자를 붙인 만큼 스스럼없이 맛있게 먹고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안촌 대표 요리인 홍어삼합과 낙지꾸리[사진=신안촌]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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