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車산업 악몽…지방銀 부실률 악화일로

주력산업 구조조정 여파 실업증가·자영업자 타격 확산
車제조업 대출 '요주의' 여신비율 상승…가계대출도 부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지방은행들의 대출 부실률이 치솟고 있다. 특히 자동차 부품사가 많은 경남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 해운, 자동차 등 주력산업 위축으로 자영업,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부실도 확산되고 있다.

11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자동차 제조업 대출 중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은 지난해 3월말 1.62%에서 6월말 2.1%, 9월말 2.67%로 상승했다.

은행 여신은 자산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누는데, 원금과 이자를 한 달 이상 연체할 때부터 요주의 여신으로 분류된다. 차 업황 악화로 원리금을 한 달 이상 연체한 여신을 비롯해 부실화된 여신 비율이 6개월만에 1.05%나 뛰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의 자동차 제조업 대출 중 요주의 이하 여신비율도 지난해 3월말 0.9%에서 9월말 1.21%로 올랐다. 연체율은 상승했지만 지방은행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같은 기간 오름폭도 적었다.

예보 관계자는 "조선, 해운 등 기업구조조정 여파로 일부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완성차 업체 실적 부진에 따른 중소 부품업체 경영악화까지 심화돼 관련 업종의 대출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선, 해운업 구조조정에 이어 차 업황 악화까지 덮치면서 지역 내 실업 증가, 소비 위축, 자영업 타격 등 전반적인 경기 침체는 이미 현실화됐다. 지방은행의 대출 건전성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지방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0.65%로 시중은행(0.24%)의 약 3배에 달했다. 같은 해 3월말 대비 연체율 상승폭은 지방은행이 0.04%포인트, 시중은행은 변화가 없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지방은행이 지난해 3월말 0.31%에서 9월말 0.38%로 0.07%포인트 상승하는 동안 시중은행은 0.26%에서 0.29%로 0.03%포인트 올랐다.

특히 조선, 해운, 차 부품사가 몰려 있는 경남 지역 거점 은행인 경남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3월말 766억원에서 6월말 1021억원, 9월말 150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0.42%, 0.56%, 0.79%로 꾸준히 상승했다. 경남은행이 발표한 전체 실질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17년말 1.85%에서 2018년말 2.54%, 실질연체대출채권비율은 같은 기간 1.37%에서 2%로 뛰었다.

반면 시중은행은 조선, 해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을 털어내고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 체질이 크게 개선됐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가계, 기업대출 연체율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실물 경제가 좋지 않아 향후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경기 악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건전성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전체 여신 중 BBB+ 이상이 85%에 달하고, 올 1월 부도 여신 규모는 전년 대비 줄어 대출 건전성이 오히려 개선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남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타격을 받으면서 지방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시중은행과의 건전성 격차도 커지고 있다"며 "지역경기 침체가 지방은행의 대규모 대출 부실로 확산되지 않도록 지역경기 동향과 은행 건전성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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